검찰, 부정 채용 개입된 IBK투자증권 임직원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
IBK투자증권 홍보실 "최 전 차관 아들 현 재직 여부 조차 모른다" 모르쇠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자회사 IBK투자증권에서 최수규 전 중소벤처기업부(중기청) 차관의 아들이 부정 채용된 정황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최 전 차관은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IBK투자증권에서 조직적 부정 채용 행각이 벌어진 정황과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최 전 차관의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듯 보인다.

IBK금융그룹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IBK투자증권은 IBK기업은행이 최초 자본금 전부인 3000억원을 들여 지난 2008년 7월 세운 금융투자회사다. 

2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2016~2017년 대졸 신입직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외부에서 청탁받은 지원자 6명의 전형별 평가 등급을 올리고 이 가운데 3명을 최종합격시킨 혐의(업무방해)로 IBK투자증권 임직원 4명을 재판에 세웠다. 이들이 합격시킨 3명에는 최 전 차관의 아들이 포함됐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이 입수한 검찰 공소장에는 대졸 신입사원 공채 서류접수 기간 중이던 2016년 초, 과거 IBK투자증권 사장을 지낸 조강래 전 사장이 IBK투자증권 경영인프라본부장을 맡고 있던 박모씨에게 당시 중기청 차장이었던 최 전 차관의 아들 취업을 부탁한 내용이 담겼다.

최 전 차관과 대학 동문이기도한 조 전 사장은 지난 2011년 5월부터 2014년 8월까지 IBK투자증권 사장을 역임했으며 IBK투자증권에서 조직적 부정 채용이 벌어질 당시 한국투자벤처 사장을 맡고 있었다. 한국투자벤처는 중기청의 산하 기관으로 업무의 연관성 매우 높은 만큼 최 전 차관 아들의 특혜성 채용이 이뤄졌다는 의심이 나온다.   

최 전 차관은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인 2013년 3월~2014년 9월까지 청와대 경제수석실 중소기업비서관을 지낸 이후 2016년 당시 중소기업청 2인자인 중기청 차장으로 중소기업계의 실세였다. 

조 전 사장은 박씨에게 최 전 차관 아들에 대한 취업을 청탁하면서 '회사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에 박씨는 사장과 부사장에게 '조 전 사장이 추천한 지원자가 있다'며 보고한 후 인사팀장과 인사과장에게 최 전 차관 아들을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

검찰 공소장에 의하면 당초 최 전 차관 아들은 서류 전형과 1차 실무면접, 2차 임원면접 등 세 단계 전형 모두 불합격권이었다. 그러나 박씨의 지시를 받은 인사팀장 등은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조작해 서류 전형 점수는 74점에서 86점으로, 1차 실무면접점수는 76점에서 88점으로 올려 합격권으로 만들었다. 

2차 임원면접의 경우 심사위원 7명 중 단 2명만이 최 전 차관 아들에 대해 합격을 의미하는 '○'을 줘 점수가 42.9점에 불과했지만 불합격을 의미하는 'X'를 준 심사위원 두 명의 평가를 '○'으로 바꿔 점수를 71.4점으로 높여 최종 합격자로 만들었다. 

최 전 차관의 아들이 각 전형의 평가 결과 불합격 처리돼 사실상 서류 전형도 통과할 수 없었지만 박씨를 비롯한 IBK투자증권 인사 담당자들이 공모해 임의로 점수를 조작, 전형들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IBK투자증권 역시 '남녀고용평등법' 양벌규정 위반 혐의로도 기소된 상태다. 양벌규정은 위법행위에 대해 행위자를 처벌하는 것 외에 업무 주체인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이다.

최수규 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좌)과 조강래 전 한국벤처투자 사장(우). 조 전사장은 지난 2011년 5월부터 2014년 8월까지 IBK투자증권 사장을 역임했다. IBK투자증권에서 최 전 차관 아들의 조직적 부정 채용이 벌어질 당시 최 전 차관은 중기청의 실세였으며 조 전사장은 중기청 산하 한국투자벤처의 사장을 맡고 있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사장은 조 전 사장은 박씨에게 최 전 차관 아들에 대한 취업을 청탁하면서 '회사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 전 사장이 상급 기관의 차관 아들 채용을 청탁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대가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박씨는 최 전 차관 아들 채용 비리혐의 외에도 남성 신입직원이 영업직에 선호된다는 이유로 여성 지원자의 실무면접 점수를 낮추고 남성 지원자의 점수는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모씨가 점수를 조작해 2016년에 11명, 2017년에 9명 등 여성지원자 20명이 피해를 봤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주기 어렵다"며 "최 전 차관 아들의 현 재직 여부 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채용 비리 혐의로 IBK투자증권 임원을 기소하기 앞서 검찰은 최 전 차관이 조 전 사장에게 아들의 채용을 직접 청탁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비공개로 최 전 차관을 불러 관련 내용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차관은 조 전 사장에게 아들의 채용을 부탁한 적 없으며 채용 청탁을 매개로 한국벤처투자에 편의를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차관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저와 아들은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며 "해당 증권사의 채용 과정에서 심사성적 조작 등이 있었다는 사실을 지난 1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뒤늦게 알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검찰의 공소장에 명시된 부정채용 정황과 부정 채용이 이뤄질 당시 최 전 차관과 조 전 사장의 관계, 그리고 조 전 사장이 IBK투자증권의 전임 사장이었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대가성이 없다는 최 전 차관의 주장은 다소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조 전 사장은 지난 2018년 한국벤처투자를 퇴임해 현재 금융권에 재직 중"이라며 "합리적 의심은 가능하지만 현재 한국벤처투자 측에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채이배 의원은 "그야말로 아버지가 빽이고 실력이었다"며 "취업비리는 청년의 꿈을 빼앗는 것으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최근 채 의원은 검찰로부터 입수한 공소장을 공개해 IBK투자증권에서 최수규 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아들의 특혜성 부정 채용 정황을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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