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의 정보공유 약정 체결은 현재 미국이 드라이브를 거는 3국 안보협력의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할만한 조치로 평가된다.

공유의 범위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국한되고 약정의 성격도 구속력 없는 기관 간 양해각서이지만, 한·미·일이 3자 차원의 협력 틀을 되살린다는 것 자체가 작지 않은 의미가 있다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차원뿐만 아니라 중국의 부상을 실질적으로 견제하고 미국 주도의 동북아 역내 질서를 계속 끌어나가려는 보다 큰 틀의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사실 집권2기 출범이후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재천명한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한·미·일 안보협력 복원이 큰 숙제거리의 하나다. 

태평양 전장을 중심으로 미·일·호주 간 안보협력의 틀이 견고히 구축돼 있었지만 정작 북한이라는 "현존하는 명백한 위험"(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에 맞서는 한·미·일 안보협력은 '2인3각'식의 엇박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워싱턴이 더욱 중시하는 전략적 관점은 중국에 대한 대응이다. 매년 군사비 지출을 크게 늘리고 태평양을 향해 패권 확장의 손길을 뻗치는 중국을 제어하려면 상당 수준의 군사력을 갖춘 역내 양대 동맹인 한·일과의 결속을 강화하는 게 긴요하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가속화되는 국방예산의 삭감 흐름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역내 안보질서 운용의 책임을 적절히 '분담'하기를 희망하는 속내도 작용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간의 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이어지자 미국이 속으로 전전긍긍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달초 한 세미나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내년 미국 대외정책의 우선과제로 지목하고 '적극적 역할'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따라서 이번 정보공유 약정 체결은 미국이 강력히 희망해온 한·미·일 안보협력을 복원하는 첫 단추가 된다는 점에서 워싱턴으로서는 크게 환영할만한 조치로 평가된다. 미국은 지난 4월 한·미·일 차관보급 안보토의(DTT) 등을 통해 이 같은 정보공유 약정 체결을 주문하고 이후 10월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와 군사외교 채널을 활용해 한국 측과 교섭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대목은 3국 간 안보협력의 범위가 정보공유를 넘어 국내외적으로 민감한 한·미·일 3각 미사일방어(MD) 협력체제 구축으로 이어질 것이냐이다.

군 당국자들은 정보공유와 MD협력이 직접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두 가지 모두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시스템에 속한다는 점에서 서로 연계성을 띨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 의회는 최근 통과시킨 내년도 국방수권법에서 두 가지를 공식으로 연계시켰다. 국방수권법 1255조는 국방장관에게 3국의 미사일 협력을 강화할 방안을 모색하라고 요구하면서 "정보공유와 시스템 통합, 공동작전 강화를 비롯해 미사일 협력 강화를 위한 잠재적 협력분야를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에 중점을 둔 이번 정보공유 약정은 미국이 주도하는 삼각 MD협력의 '단초'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현재 한국은 독자로 한국형 MD(KAMD)를 추진하되, 미국 MD와의 상호운용성을 높인다는 정책적 좌표를 설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정보공유가 한·미간 MD의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미국 MD체제에 편입되는 결과로 발전할 가능성이다. 쉽게 말해 이번 정보공유가 MD체제의 기술적 연동성을 높여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미국의 MD 기술과 시스템을 도입하라는 압박으로 연결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미국 하원 국방위원회가 제출한 국방수권법 검토보고서는 "한국이 KAMD를 위해 미국의 기술을 얻는다면 지역안보와 양자적 협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믿는다"며 "다른 국가가 수출하는 기술은 한국의 안보를 위해 바람직한 전력 증강능력을 보유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국방위는 그러면서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 기술과 장비를 구입하려는 움직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물론 미국 국방부도 한국의 독자적 MD 추진을 '인정'하고 있는데다 한·중관계의 특수성도 이해하는 분위기여서 미국 MD 기술과 시스템의 도입을 과도하게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 조야의 내부 분위기를 들여다보면 한국을 미국 MD체제로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군산복합체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의회는 올해 상반기 안으로 국방장관에게 3국 MD협력 강화방안을 보고하도록 요청해놓은 상태여서 펜타곤으로서도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답보 상태에 빠져 있지만, 이번 정보공유 약정체결을 계기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과 한반도 배치 문제가 다시 대두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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