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용 화장실 이용 금지' 규정탓, 직원들 생리현상 불편…"건강권 침해"

"매장에서 가장 가까운 화장실은 고객용 화장실이라는 이유로 직원들은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직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대부분 멀리 있어 이용하기가 무척 불편합니다. 그로 인해 저희는 방광염에 걸리고, 심지어 생리대를 교체 못해 피부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임산부들 또한 멀리있는 직원용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화장실을 다닙니다"

백화점·면세점 서비스 노동자들이 공중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유통기업 서비스 노동자들이 본사 측 규정 탓에 화장실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자 방광염에 시달리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서비스연맹)은 22일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건강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대한민국 인권지수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즉각 시정조치가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비스연맹은 이번 인권이 진정이 지난해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들의 건강권 관련 연구결과가 발표된 뒤, 고용노동부가 개선요청을 각 기업 측으로 전달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백화점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2806명 연구결과'에 따르면, 본사로부터 '고객용 화장실 이용 금지 교육'을 받은 노동자들이 전체 조사 대상자 중 77%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장실 이용 어려움으로 방광염이 같은 나이대 여성 노동자들에 비해 3.2배나 많이 발병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날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직원용 화장실은 수가 적고 멀어서 참아가며 일해야 한다"며 "기업들은 고객들이 싫어한다며 사용을 막고 있는데 이는 감정노동 문제처럼 고객 인식 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화장실 좀 가고 싶다"며 "이런 주제로 기자회견을 할 만큼의 나라인지, 이 현실이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집회에 참석한 한 조합원은 "고객용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볼일을 보고 나오는 백화점 측 담당과 마주했는데, 어디 직원이냐 물어보면서 고객화장실 이용하면 안 되는 거 모르냐고 지적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연우 한국시세이도 노조위원장은 "생리대도 제때 교체를 못해 피부염에 시달리고, 임산부들도 무거운 몸 이끌고 힘들게 화장실에 다녀온다"면서 "백화점에서 무언의 압력으로 사용을 못 하게 하고, 화장실 청소하는 분들과 마찰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저희 요구가 무리한 건가"라며 "저희도 더 이상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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