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상무 전직원에게 메일로 "육아휴직, 승진 대상 경력 포함 반대"
한국MSD "해당 직원 실수…육아휴직 개선안 그대로 진행"

지난해 한국 법인 설립 24년만에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며, '글로벌 톱10 제약사'라는 명성과는 달리 내홍을 겪고 있는 한국MSD가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현재 정부의 정책을 중심으로 공기업과 대기업 등에서 육아휴직 권면과 여성 경력단절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MSD의 직원이 육아휴직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담은 메일을 전직원에게 발송한 것이다.

한국MSD 상무가 '육아휴직 개선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담은 메일은 전직원에게 발송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7일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MSD는 육아휴직 기간을 승급에 필요한 기간에서 제외해왔던 사항을 개선하기로 하고 이를 4월 19일 전직원에게 공지했다.

한국MSD는 그동안 승진에 필요한 근무기간에서 육아휴직 기간을 제외해왔다. 특히 육아휴직을 쓴 직원들이 복귀할 때에 직군으로 타 직군으로 발령을 내리는 등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이에 한국MSD는 뒤늦게나마 외부 전문 기관에 의뢰를 받고 육아휴직 기간을 승진에 필요한 기간으로 포함키로 했다.

하지만 회사 측이 육아휴직 제도 개선방안을 전직원에게 공지하자, A상무는 전직원에게 이를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메일로 보냈다.

A상무는 메일을 통해 "육아휴직과 보상은 국가와 사회에서 복지 차원에서 고려할 부분"이라며 "육아가 업무와 동등하게 회사에 기여한 것으로 간주돼 승진 대상 경력에 포함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육아휴직이 짧게는 6개월, 길면 1년 6개월이 될텐데 이 부분 때문에 능력이 평가절하 되는 부분은 없어야 하지만 육아가 마치 회사에 대한 기여로 업무 향상의 기회로 간주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A상무의 메일이 전직원에게 발송되면서, 직원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국MSD는 그동안 '가장 존경 받는 기업',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 '아시아 최고의 직장' 등의 타이틀로 선망의 기업으로 꼽혔으나, 실상은 이와 정반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MSD는 최근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가족친화적 근무 환경으로 포브스코리아가 꼽은 '한국의 일하기 좋은 기업'에 6번째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한 한국MSD 직원은 "출산과 육아를 하찮게 생각하는 것도 모자라 회사에 기여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식의 성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에 경악했다"며 "이는 회사 임원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리더가 보여야 할 모습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러한 내용을 임원이 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직원들은 A상무에게 공식 사과와 회사 차원의 징계를 요구했다.

해당 논란에 대해 한국MSD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메일이 전 직원에게 발송된 것은 직원의 실수"라며 "회사 측의 공식적인 생각은 아니며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고 선긋기에 나섰다.

A상무의 발언에 대한 사과와 징계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사항이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며 "A상무는 '상무' 직책은 맞으나 회사 경영에 관여할 만큼 고위직 임원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인 설립 24년만에 첫 노조 결성…내부구조 불안정 '예고' 

한국MSD의 내부 문제는 지난해 노동조합 결성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온 바 있다. 직장인들에게 선망의 기업이었던 한국MSD가 법인을 설립한 지 24년 만에 노동조합을 결성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설립 배경에 대한 의문을 들게 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민주제약노조 한국MSD 한선미 지부장은 "한국MSD 회사 직원들이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업무와 복지 부분에 있어 부당함이 없도록 회사가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