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공단, '2009~2019년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 역학조사' 발표
반도체 여성 근로자, 백혈병 사망 위험 2.3배 ↑

지난 2007년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하던 중 백혈병을 앓게 돼 세상을 떠난 故 황유미 씨. 황 씨의 죽음 이후 '반도체 근무환경'과 '혈액암'에 대한 관계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의 혈액암 발생과 사망위험이 전체 근로자 대비 각각 최대 2.52배, 3.68배에 달한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해 故 황유미 씨 11주기를 맞아 진행된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의 시위현장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해 故 황유미 씨 11주기를 맞아 진행된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의 시위현장 모습.(사진-연합뉴스)

안전보건공단은 22일 2009년부터 2019년 10년간의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를 추적조사한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07년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 다수의 백혈병 발병이 보고되면서 2008년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한 이후, 관찰자료 부족 등 당시의 한계를 보완하고 추가 관찰 자료를 확보하고자 진행됐다.

특별히 지난 역학조사와 달리 이번 추적조사는, 보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 일반국민뿐만 아니라 전체 근로자 대비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의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를 비교했다.

조사대상은 반도체를 제조하는 6개사의 전·현직 20만1057명이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10만1173명 △SK하이닉스 6만4115명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1만3887명 △페어차일드코리아반도체 4550명 △케이이씨 9586명 등이다.

조사결과, 반도체 여성 근로자의 혈액암(백혈병·비호지킨림프종) 위험이 뚜렷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혈병의 경우 발생 위험은 일반국민 대비 1.19배, 전체 근로자대비 1.55배를 기록했다. 사망위험은 일반 국민 대비 1.71배, 전체 근로자 대비 2.3배로 나타났다.

비호지킨림프종의 발생위험은 일반국민 대비 1.71배, 전체 근로자 대비 1.92배였다. 사망위험은 일반국민 대비 2.52배, 전체 근로자 대비 3.68배로 조사됐다.

혈액암 외에도 위암, 유방암, 신장암 등 일부 희귀암 발생위험 비율도 높았다. 하지만 공단 측은 반도체 근로자의 암 검진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또한 공단은 반도체 근로자의 혈액암 위험비가 높은 특정한 원인은 찾지 못했다. 다만 근로자들의 작업환경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클린룸 작업자인 오퍼레이터·엔지니어의 위험비가 높은 점 △20~24세 여성 오퍼레이터에서 발생 위험비가 높은 점 △현재보다 수동작업이 많고 유해물질 노출수준이 높았던 2010년 이전 여성 입사자에게 발생 위험비가 높은 점 등을 고려해 판단했다.

이어 공단은 국내 반도체 제조업에 대한 다른 연구에서도 유사한 암 증가 및 여성의 생식기계 건강이상이 보고된 점을 반영했다. 이에 조사팀은 "클린룸 내의 위험요인이 관련됐을 가능성을 추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밖에 현재 발암성이 알려지지 않은 요인 또는 아직 규명되지 않은 복합적 효과가 암발생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반도체 제조공정의 암발생 위험의 영향요인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안전보건공단은 이번 조사를 통해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 근로자의 건강과 작업환경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반도체 제조업의 건강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이밖에도 전자산업 안전, 보건센터 등을 설립해 직무별 화학물질 노출 모니터링을 운영하는 등 위험관리 체계를 가동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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