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생명 "농협법에 근거, 지주 측에 지불한 이름값은 공익 목적 사업에 사용"
금융감독원, 과하다는 지적에도 뒷짐만지고 방관 중?

NH농협생명보험(대표자 홍재은·농협생명)이 지난해 1000억원대 당기순손실을 내고 지급여력비율이 23%포인트나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농협금융지주 측에 브랜드 사용료로 630억원대를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이라는 이름값이 600억원이 넘는 셈이다. 지불하는 사용료가 과도하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농협 측은 "관련 법에 근거하고 있다"면서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생명의 과년도 사업보고서를 보면, 농협생명은 명칭 사용료 명목으로 ▲ 2018년 628억원 ▲ 2017년 526억원 ▲ 2016년 496억원 ▲ 2015년 302억원을 농협금융지주 측에 지불했다.

농협금융그룹 전체로 보면 ▲ 2018년 3857억원 ▲ 2017년 3628억원 ▲ 2016년 3834억원 ▲ 2015년 3525억원의 규모다.

문제는 농협생명은 현재 600억대의 이름값을 부담할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11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또 지급여력비율(RBC)은 194.98%로 앞선 해(2017년·217.92%)보다 23%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를 기록했다. 

RBC는 보험회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에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를 통해 보험회사의 경영상태를 판단할 수 있다.

농협생명이 지난해 11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음에도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381억원의 명칭 사용료를 지주 측에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에 비해 명칭 사용료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농협생명 관계자는 "실적은 유동적인 부분이 있다"며 "농협의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옛 명칭 사용료)는 일반 지주 회사의 명칭 사용료와는 성격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 지주회사는 명칭 사용료를 받아 수익을 올리고 이를 배당 등으로 집행하지만 농협은 농업협동조합법에 근거해 법에서 정한 부과 요율로 계산, 명칭사용료를 받아 공익 목적 사업에 쓴다"고 말했다.

농협법을 보면 중앙회는 농업협동조합의 명칭을 사용하는 법인에 명칭사용에 대한 대가인 농업지원사업비를 부과할 수 있다.

명칭 사용료에 대한 지적이 향후 반영될 여지가 있는지를 농협생명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관계자는 "잘 모르겠다"며 "농협금융지주나 농협중앙회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지주 측에 명칭 사용료가 과하다는 지적에 대한 입장을 물으니 관계자는 "관련 법에 근거해, 농가 지원에 초점을 맞추어 공익 목적으로 농업사업지원비를 거둬 집행한다"고 말했다.

관련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생명의 경우, 지난해 적자가 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농지비 지출액은 지난해 실적이 집계되기 전 결정된 것"이라면서 "올해 11월 대의원 총회에서 각 계열사 마다 농지비 배분액을 결정할 때 지난해 적자 실적이 반영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적인 근거가 있음에도, 농협금융지주로 지급되는 명칭 사용료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농업지원사업비가 과도하다"고 말하자 윤석헌 금감원장은 "공감한다. 건전성에 위협이 가지 않는 적정 수준을 고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감사 이후 금융당국이 과도한 농지비에 대해 조치한 바가 있는지를 묻기 위해 금감원 특수은행검사국에 여러차례 전화했으나 담당자로부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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