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임원 '韓불매운동 오래 안가' 발언에 한일 양사 협의거쳐 공식 사과
"취지 명확히 표현 못해"…일본 야나이 회장, 적극 대응 주문
적극 대응해도 한국 내 소비자들은 이미 싸늘한 반응 "안 산다"

) 20일 오후 대구 동성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박기덕(42)씨가 일본 제품 불매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일 오후 대구 동성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박기덕(42)씨가 일본 제품 불매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본 SPA(제조·유통 일괄) 의류브랜드 유니클로가 일본 본사 임원의 '한국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에 대해 22일 두번째 사과를 했다.

임원의 발언이 논란이 된 이후 최근 2주 사이 유니클로의 매출이 30% 가량 감소한 것이 회사 측에 큰 부담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유니클로 측은 공식적으로 두번째 사과를 했지만 이미 돌아선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에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과 한국 운영사인 FRL코리아는 이날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등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유니클로는 "최근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실적 발표 중 있었던 임원의 설명에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과 관련, 한국의 고객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또 "당시 부족한 표현으로 저희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많은 분을 불쾌하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패스트리테일링 오카자키 다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1일 도쿄에서 열린 결산 설명회에서 "한국에서 벌어진 불매운동이 이미 매출에 일정한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 만큼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발언 내용이 국내에 전파되면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공분이 일었고 유니클로는 일본 불매운동의 표적이 됐다.

이에 유니클로는 지난 17일에 일부 취재진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오해를 해소하려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자 공식 사과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사 공동명의로 발표된 이번 사과문은 일본 본사의 의중이 적극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한국에서 거세지는 불매운동과 관련한 내용은 일본 본사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에게 전달됐으며, 야나이 회장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진정성 담긴 사과 등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클로는 "부족한 표현으로 저희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한국의 많은 고객께서 불쾌한 감정을 느끼시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스트리테일링 그룹과 유니클로는 앞으로도 전 세계 고객들께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사과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받아 들여졌는지는 다소 의문으로 남는다. 유니클로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된 사과문에는 "이미 늦었다", "그래도 안 산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줄을 이었다.

다음은 사과문 전문.

2019년 제3분기 패스트리테일링 실적 발표회 중 한국 상황 설명에 대한 사과문

유니클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패스트리테일링과 에프알엘코리아에서 말씀드립니다. ⠀

최근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실적 발표 중 있었던 임원의 설명에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과 관련, 한국의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해당 내용은 2019년 7월 11일 도쿄에서 진행된 실적 발표 중 미디어의 한국에서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 관련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언급되었습니다. 당시 부족한 표현으로 저희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였고,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을 불쾌하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당시 임원은 질문에 대해 “매출에 일정 부분 영향이 있습니다. 영향이 당연히 없을 수는 없습니다만, 저희로서는 정치 상황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고, 어떤 국가의 고객님도 모두 저희의 소중한 고객님이므로 각 나라의 고객님들의 생활에 잘 맞는 라이프웨어(LifeWear)를 제공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자 합니다. 한국에서도 오랜 기간 사랑해주고 계신만큼, 그 영향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일정 부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 설명으로 전하고자 했던 바는 ‘현재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진지하게 계속해나가는 것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오랜 기간 사랑해주고 계신만큼, 그 영향이 오래가지 않기를 바랍니다.’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바랍니다’라고 명확히 이야기해야 할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부족한 표현을 사용해,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불매운동이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라는 뜻으로 전달되어, 한국의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이러한 부족한 표현으로 저희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한국의 많은 고객님들께서 불쾌한 감정을 느끼시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패스트리테일링 그룹과 유니클로는 앞으로도 전세계 고객님들께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주식회사 패스트리테일링 ∙ 에프알엘코리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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