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법원 설립을 대가로 박근혜 정부에 유리하도록 재판에 개입한 이른바 '재판 거래' 혐의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는 전날인 22일 보석 결정에 따라 석방됐지만 재판에 관해서는 묵묵부답이었다. 다만 간혹 옅은 미소를 보이며 수감 당시보다는 한결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재판에 나왔다. 보석으로 석방된 이후 처음 출석하는 재판이다.
전날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 보석 결정을 내렸다. 구속된지 179일 만이다.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을 석방하면서도 여러 조건을 붙였다. 거주지를 현주소로 제한하고, 사건 관련자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를 고려한 보석 조건이 부과됐다.
이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은 앞으로 주 2∼3차례 경기도 성남시 자택과 서울 서초동 법원 종합청사를 오가며 재판을 받는다.
오전 9시 40분쯤 법원에 도착한 양 전 대법원장은 "보석 후 첫 재판인데 소감이 어떠한가", "보석을 왜 받아들였는가", "보석 조건으로 사건 관계자들을 못 만나게 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바로 법정으로 향했다.
또 "고의로 재판을 지연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 "법정에서 직접 변론하실 생각은 없는가"라는 등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전날 석방되면서 보석을 받아들인 이유를 묻자 "지금 한창 재판이 진행 중이니까 신병 관계가 어떻게 됐든 제가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며 "앞으로 성실하게 재판에 임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석방됨에 따라 이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구속된 피고인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1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