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관련 노사 유착 의혹 제기한 직원 해고·성희롱한 간부 승진
보험설계사 이탈…풋옵션 중재 소송 중인 신창재 회장 리스크?

현재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사이에서 '풋옵션(지분 매수 청구권)' 행사가격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체 직원에 직무급제를 확대·적용한 노사간의 합의를 놓고 교보생명 사측과 노동조합이 유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직원은 해고를 당하는 등 내홍마저 불거졌다.

교보생명은 지난 4월에도 부산 지역 다수의 여성 보험설계사가 성희롱을 당했 신고했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상사는 오히려 승진을 한 것으로 알려져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 전횡(專橫)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외부적으로는 신 회장의 경영권을 뒤흔드는 FI와 내부적으로는 인사 전횡 의혹, 현재 교보생명은 안팎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서울시 종로구 소재 교보생명 본사.

임직원 비난·노사 유착 의혹 제기했다고 해고?

1일 교보생명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교보생명 준법감시팀은 회사 직원 9명에 대해, 공개 익명 대화방에서 회사 인사지원 팀장과 인사 담당 직원, 노조위원장 등을 공개적으로 모욕한 혐의를 두고 이들을 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

이들은 대화방에서 해당 임직원에 대해 '쫄×', '협×​ 담당', '쓰×기' 등으로 지칭해 모욕한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다.

교보생명은 경찰 수사와 별도로 자진 신고 또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범죄사실이 밝혀진 사원 4명에 대해 징계협의회 심의를 거쳐 징계 면직(해고, 1명), 3개월 정직(1명), 대기발령(2명) 조치를 내렸다.  

발단은 직무급제였다. 교보생명이 그간 임원, 조직장에게만 적용해 왔던 직무급제를 전체 직원으로 확대적용하는 과정에서 내홍이 불거졌다.

직무급제는 노동자의 근속연수나 나이 등에 관계없이 직위에 따른 업무(직무)의 가치에 따라 보수를 책정하는 제도다. 연차에 따라 매년 기본급이 인상돼는 호봉제(연공급)와 달리 직무급제에서는 직무 단계가 올라가야 임금이 올라간다.

해당 대화방은 '2018년 교보생명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마무리되던 지난해 11월 개설됐다. 최대 700여 명이 모인 채팅방에서는 직무급제 도입 등 임단협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8년 11월 말 교보생명 노조는 직무급제의 확대 시행안을 포함한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조합원 표결에 부쳤지만 부결됐다. 이후 교보생명은 중앙노동위원회 중재로 세 차례 노사 조정을 거쳐 올해 1월 21일 임단협을 확정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열린 징계협의회에서 회사 및 임직원에 대한 명예훼손, 근태 불량 등 8개 사유로 해고 징계를 당한 ㄱ씨는 임단협과 자신의 해고에 대해 강한 의혹을 품고 있다. 

직무급제 적용을 골자로 하는 임단협이 노사간이 유착을 통해 타결됐으며 자신에 대한 중징계 역시 해고를 위해 사유를 조작했다는 주장이다.

즉, 합의안에 반대하고 노사 유착 의혹을 제기했더니 회사는 '해고'라는 중징계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ㄱ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직무급제 도입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모욕이 일부 있었으나 나머지 사유는 해고를 위해 조작된 것이다. 징계위원회가 열린 다음날 바로 해고 통지를 한 것은 결론을 정해놓고 절차를 진행했다는 증거"라며 "임단협에서 제시된 직무급제에선 회사가 기본급을 삭감할 수 있다. 앞으로 직무의 가치나 크기에 따라서 보수가 결정되는데, 그 직무 등급을 회사가 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해 교보생명 ㄴ 관계자는 "(ㄱ씨가) 230여차례에 걸쳐 모욕하는 글을 개시해 회사 임원과 노조 간부 등의 명예를 훼손한 것을 징계위원회가 고려해 중징계(해고) 조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징계위가 열린 다음날 바로 해고 통지를 한 것에 대해 교보생명의 ㄷ 관계자는 "사규에 따라 징계위 결과를 즉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ㄱ씨는 회사가 노사간 유착을 통해 직무급제 합의에 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ㄴ 관계자는 "유착 의혹은 근거없는 허위사실"이라며 "일방적인 주장"이라면서 의혹을 부인했다.

성희롱한 간부는 승진?

교보생명의 인사 전횡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부산지역 교보생명 여성 보험설계사 5명이 상사로부터 상습적인 성희롱을 당했다며 해당 상사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이 상사는 징계는 커녕 오히려 진급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당시 복수의 보도에 의하면, 부산에서 보험설계사로 있는 A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상사에게 지난 3년간 상습적인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또 "가해자가 뒤에서 끌어안고 귀에다 바람을 불어넣었다"면서 "제가 놀라서 하지 말라고 하면 외려 좋아했다"고 주장했다.

A씨 외에도 같은 상사에게 피해를 입은 또다른 피해자가 녹음한 파일에는 "왜 맨날 나를 오해하고 싫어하느냐", "손잡는 것도 왜 버러지 보듯이 하느냐"는 등의 음성이 담겼다. 

이 상사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여성들은 5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들은 서울 본사 민원고충센터에 찾아가 문제제기를 했지만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기는 커녕 닷새 뒤 해당 상사는 오히려 승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본사 센터 관계자는 "보험설계사는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직장 내 성희롱과 연관이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해당 상사와 피해자들이 고소 등의 방법을 통해 직접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당시 교보생명의 ㄹ 관계자는 한 언론 매체를 통해 "상사가 승진한 것도 피해자들의 신고가 접수되기 전에 이미 결정된 사항이었고, 성추행 사실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 ㄴ 관계자는 "성희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간부 직원에 대해 의혹이 일었을 당시에 즉시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私)인간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선그으며 "경찰 조사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해당 간부에 대한 적절한 징계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혐의가 최종 유죄 입증될 경우, 피해자들에 대한 회사 차원의 구제 조치가 있을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ㄴ 관계자는 "피해를 주장하는 보험설계사들은 회사의 정직원이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그들의 피해를 구제할 근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 이탈…'풋옵션 중재' 신창재 회장 리스크?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한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외부적으로 재무적투자자(FI)의 경영권 공격을 받고 있다. 신 회장이 지난 2012년 우호적 지분 확보를 위해 끌어들인 FI들이 현재는 되려 신 회장의 경영권에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12년 신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지고 있던 교보생명의 지분 24%를 시장에 내 놓음에 따라 경영권이 위협받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우호적 투자자들(FI)을 끌어들였다.

이들 FI는 코세어(9.79%), 어피니티(9.05%), 캐나다 온타리오 교원연금(7.62%), 한국수출입은행(5.85%), SC PE(5.33%), IMM PE(5.23%), 베어링PEA(5.23%), 싱가포르투자청(4.5%) 등이다.

FI는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하며 조건을 달았다. 2015년 9월까지, 즉 3년 내에 IPO(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 개인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주주간계약(SHA)을 체결했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결국 3년이라는 기한을 넘겼다. 현재 신 회장과 FI는 풋옵션 행사가격을 놓고 중재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여론도 교보생명의 편은 아닌 듯하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교보생명노동조합연맹은 FI로부터 회사를 지켜달라며 전국민 서명운동을 했지만 결과는 뜨뜨미지근했다. 또 이런 취지의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지만 청원 동의 인원도 소수에 그쳤다.

설계사 인원이 감소하는 것이 신 회장과 FI의 갈등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2017년 4월 18만8000여명에 달했던 교보생명 전속 설계사는 올해 4월 기준 14만5000여명으로 23% 가량 줄었다.

외부적으로는 신 회장과 FI의 갈등, 내부적으로는 직무급제 도입에 따른 내홍과 이 과정에서 불거진 인사 전횡 의혹, 성희롱 가해자가 진급하는 이상한 인사와 보험설계사들의 이탈. 교보생명은 현재 안팎으로 총제적 난국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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