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권 사장은 플랜트사업본부를 해양사업본부에 통합하는 결정을 경영진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최길선 총괄회장의 의견은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3분기까지 3조원이 넘는 기록적 적자를 쌓은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최길선 전 대표이사 사장을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총괄회장으로 선임한 뒤 9월 중순 현대중공업에서 경영관리, 영업 등을 두루 경험한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새로운 사장으로 임명했다.
전형적인 관리형인 권오갑 사장은 부임 이후 임원 30% 감축,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영업본부 통합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에 이어 최근에는 성과위주의 연봉제를 전격 도입하는 등 고강도 개혁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인력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쉴 새 없이 주도해온 권 사장의 이러한 행보에는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신임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1960년대생 사무직 과장급 이상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희망퇴직 목표 인원은 전체 직원 2만8000명의 5%를 웃도는 1500명으로, 현재 약 100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력 감축은 지난해 11월 성과 위주의 연봉제 도입을 발표한 지 두 달여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앞서서도 지난해 10월 전체 임원들로부터 사직서를 받은 뒤 조선 3사 임원 262명 가운데 31%인 81명을 줄인 바 있다.
또 수익성이 한계에 다다른 사업과 해외법인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은 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개혁 차원에서 플랜트사업본부와 해양사업본부를 합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통합으로 기자재와 모듈 대량구매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기술과 경험을 갖춘 인력을 해양분야의 설계 및 영업력 강화에 활용해 전체적인 효율성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수행중인 공사의 경우 설계, 프로젝트관리(PM) 등 해양사업에 경험이 있는 인력을 집중 투입, 적자를 최소화시켜 마무리할 계획이다.
통합 해양플랜트사업본부는 박종봉(해양), 임영길(플랜트)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2002년 견적, 설계, 설치 등을 동시에 수행하는 EPC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외형은 성장했으나 핵심기자재, 엔지니어링, 인력 등 주요 부분을 외부에 의존한 채 현장설치와 시공, 시운전만 담당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단협 마무리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두 사업본부의 통합 등 구조 개혁 작업을 먼저 진행해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