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의 법정 변론 내용을 제3자가 재판에 영향을 주는 행위

 
대한항공이 '땅콩 회항' 사건 당시의 동영상을 뜬금없이 공개하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을 두둔하고 나선 데 대해 이를 두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사건 당시 항공기가 탑승 게이트로 돌아오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20일 언론에 배포하고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이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항공기가 주기장 내에서 약 17m 이동했다가 램프리턴(탑승게이트 복귀)했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주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주기장은 항로라고 볼 수 없으며 특히 당시는 엔진 시동도 걸리지 않았고, 17m 정도의 거리를 차량에 의해 밀어서 뒤로 이동하다 바로 돌아온 것이므로 항로변경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지상 이동까지 포함해 일단 운항 중이면 항로에 있다고 보는 것이 항공보안법의 취지"라는 검찰과 국토교통부, 항공 전문가들의 견해와 상반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항공기의 불법납치 억제를 위한 협약'(헤이그협약)에도 '항공기는 탑승 후 모든 외부의 문이 닫힌 순간부터 하기(下機)를 위해 문이 열리는 순간까지 비행 중인 것으로 본다'고 돼 있다.

특히 대한항공이 부사장과 등기이사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 회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조 전 부사장을 직접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경법원의 한 판사는 "당사자가 변호인을 통해 법정에서 변론해야 할 내용인데 당사자도 아닌 제3자가 여론을 움직여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앞서 이번 사건 담당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 언론과 접촉하지 말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이 여론전으로 흐를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회사 사람은 아니지만 대한항공에 있을 때 대한항공 항공기에서 발생한 일로 사무장과 승무원도 관련 있는 일"이라며 "항로변경이 아니란 점을 회사 입장에서 밝혀야 할 필요가 있어서 동영상을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측은 같은 날 법원의 증인 출석 요구를 받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출석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조 전 부사장 변호를 담당한 법무법인에 물어보라는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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