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사업' 이끌고 있는 양사 부회장, 자존심 싸움?
SK이노, LG화학 상대로 소 취하·손배 청구소송 제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이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자존심을 건 대결로 번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부회장 전쟁'이라고 부르고 있을 만큼, 소송전은 한 회사의 패배가 공식화가 되기 전 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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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SK이노베이션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LG화학을 상대로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이 치고 받는 소송은 벌써 다섯 번째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은, LG화학이 지난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제조공정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 소송을 제기하며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뒤흔들 두 회사의 싸움에 업계에서는 양측에 피해만 안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날로 갈등의 골이 깊어져 양사의 배터리 소송전은 국감에서도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지난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서로 싸우고 소송하는데 이걸 그냥 방치하면 되느냐'는 자유한국당 출신 이종구 산자위원장의 질문에 "(민간기업 송사라) 어느 시점에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왼쪽부터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사진-연합뉴스)

배터리 소송전은 최재원 부회장과 신학철 부회장의 자존심 대결로도 주목을 받고있다. 최 부회장과 신 부회장은 각 회사에서 배터리 사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인물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동차 배터리 사업은 최 부회장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사업 기획 초기부터 참여하며 2010년 자사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의 첫 시승식이나 서산 배터리 공장 착공식 등에 직접 참여할 정도였다.

2011년 최재원 부회장의 경영부재로 복병을 만났지만, 2016년 7월 최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하면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에 투자가 다시 활발해졌다. 실제로 그는 지난 3월 미국 첫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로 배터리 사업에 남다른 의지를 보이고 있다.

LG화학 신해철 부회장은 LG화학이 1947년 창립한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특히 신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인 3M에서 영입돼 지적재산권 문제에 더욱 민감하게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7월 9일 취임 이후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에 대해 "LG화학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은 지적재산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은 소송비용만 5000억원이 든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면서까지 치닫는 소송전에 국내는 물론 세계 배터리 업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런 가운데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경쟁사들은 열심히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중이다. 중국은 물론, 유럽, 일본 등은 배터리 자체 기술 역량을 확보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해야하는 이 때, 양사간의 자존심 싸움은 하루빨리 마무리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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