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5억원 규모 ABCP 부도사태'…경찰, 문제 있는 어음 유통 배경엔 '뒷돈' 의심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 투자증권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들 회사 직원은 중국 기업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사실상 '깡통 어음'을 국내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30일 오전 한화투자증권(한화투증)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베스트투증) 및 2개 신용평가사를 압수수색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한화투증 직원 ㄱ씨(구속)와 이베스트투증 직원 ㄴ씨(불구속)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양벌 규정에 따라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법인에 대해서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앞서 지난해 5월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이 지급보증한 홍콩 소재 역외 자회사 CERCG캐피털의 달러표시 채권에 크로스디폴트(연쇄 지급불능)이 발생했다. 이후 이 ABCP는 같은해 11월 최종 부도처리됐다.

이 ABCP는 한화투증과 이베스트투증이 유동화해 국내에 판매했으며 채권의 규모는 무려 1645억원에 달했다.

이 ABCP에 투자한 증권사는 현대차증권(500억원), BNK투자증권(200억원), KB증권(200억원), KT자산운용(200억원), 부산은행(200억원), 유안타증권(150억원), 신영증권(100억원), 골든브릿지자산운용(60억원), 하나은행(35억원) 등이다.

현대차증권은 해당 채권이 최종 부도처리가 된 즉시 현대차증권이 이 채권에 투자한 5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해 현재도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이 채권이 국내로 팔려나가는 과정에서 한화투증과 이베스트투증의 직원들이 CERCG로부터 뒷돈 52만5000 달러(약 6억원)를 받는 대가로 SAFE 승인을 받지 않은 이 채권을 유통했다고 보고 있다.

SAFE란 중국외환관리국의 외화 반출 승인 제도를 말한다. 이 ABCP가 최종 부도처리 됨에 따라 이 채권을 보증한 본사인 CERCG가 채권자들이 투자한 자금을 변제해야하지만 현재 중국 당국의 외화반출 승인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 국내 투자사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부도가 났던 당시 일각에서는 한화투자증권이 CERCG 등의 회사채권을 기초자산으로 ABCP를 발행했지만 중국 정부의 외화 반출 승인을 받지 못한 채 이를 보증된 채권으로 내세워, 한화투증이 해당 채권을 불완전 판매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었다.

이후 경찰 수사를 통해 한화투증과 이베스트투증의 직원들이 뒷돈을 받고 이 채권을 국내에 유통했다는 정황이 나온 것이다.

경찰은 이날 압수수색에 대해 "검찰의 지휘를 받아 보강 수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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