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이 의원, 소수자에 관심없는 한국당에 실망했을 것"
장제원 "선거 위한 일회성 인재 소비…반성해야"

자유한국당 소속이었던 이자스민 전 의원이 정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 <완득이>에서 필리핀 출신 귀화 여성으로 출연했던 이 의원은 국내 이주 여성의 대표로 상징되는 인물로 지난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15번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 의원의 한국당 탈당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선거철만 되는 지적되는 고질적인 문제, 당의 정책보다 대중의 눈길을 끄는 외부 인사 영입에 더 공을 들이고 선거가 끝나면 당 내에서 방치되는 현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사진-연합뉴스)

최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직접 면담을 통해 정의당 내에서 활동 가능 여부를 검토한 뒤 정의당으로 입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당 제안은 심 대표가 먼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관계자는 "정의당이 그간 이주민을 포함한 소수자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온 점에서 이 전 의원이 당적을 바꿔 활동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소수자에 관심이 없는 한국당에 실망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계에서는 이 의원이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으로 귀화한 필리핀 출신 이주 여성이라는 점에서 이주자 등을 포함한 소수자를 대표하는 인물인 만큼 이 의원이 '제 갈길을 찾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의원의 정의당 입당에 대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이주민 문제는 우리 사회가 부딪히고 해답을 찾아야 할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그는 "2012년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이 이주여성인 이 전 의원을 비례대표에 공천한 것은 혜안을 보여준 일"이라며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우리 민주당이 먼저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또 "저와 소속한 정당은 다르지만, 정의당에서 이 전 의원이 의미 있는 일을 하시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당원을 정의당에 빼앗긴 한국당에서는 당장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당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이 의원을 영입했지만 일회성으로 선거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19대 총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는 이 의원이 '이주·다문화·여성'을 대변하는 이미지임을 강조하며 이 의원을 비례대표로 영입했다.

하지만 그 이후 상황에 대한 정계의 평가는 다소 가혹하다. 이 의원은 불법체류자 아동 지원 등 다문화 정책 입법 활동을 했지만 그가 외국인 이주 여성이라는 점에서 각종 혐오 공격에 시달렸다. 당시 새누리당은 그의 보호막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의원의 탈당을 놓고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당 내의 문제를 돌아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우리와 함께 했었지만 잊고 있었던 소중한 인재들도 다시 둘러봐야 한다. 비례대표 한 번 하고 당에서 혜택을 받았다는 이유로 정치적 공간을 잃고 소외된 인재는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대표적으로 이자스민 의원이 정의당으로 갔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신인에 대한 강박관념이 소중한 인재를 돌려세우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에서 비례대표까지 지냈던 전직 의원이 다른 당으로 간 것을 배신이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인재를 일회성으로 소비만 하는 우리를 반성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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