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해년(己亥年), 유통업계는 어느 때보다 드라마틱한 한 해를 보냈다. 오프라인 유통사는 실적악화가 더욱 두드러지면서 온라인 업계와 소비 양극화가 극대화됐다. 특히 올해에는 예상치 못한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대국민이 '불매운동'을 실시하며 유통업계는 그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아야만 했다. 그결과 유통업계는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얻게 됐다. '일요경제'는 2019년 한 해를 주도했던 분야별 결산을 통해 올해를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2020년 유통업계를 전망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올 한해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실적 악화에서 벗어나지 못해 난항을 겪었다. 왼쪽부터 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

 

'유통 빅3' 사령탑 모두 물갈이…'생존' 위해 칼 들었다

올 한해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극심한 실적악화로 대위기를 맞았다. 온라인 시장이 강세를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은 예전부터 나왔지만, 그 결과가 생각보다 눈 앞에 빠르게 찾아온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이마트다. 그 동안 '부동의 1위'를 기록해 왔던 이마트가 올해 2분기에 창립 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마트는 2분기에 매출액 4조5810억원, 영업손실 299억원을 나타냈다. 다행히 3분기 영업이익이 116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흑자로 돌아서는데 성공했지만 전년 3분기 4014억원에 비해서는 60%나 급감한 수치로 여전히 실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이마트뿐만이 아니다. 롯데쇼핑도 올해 3분기에 2년 만에 처음으로 당기순손실을 나타내며 유통공룡이라 불렸던 이마트와 롯데쇼핑 등의 과거 영광이 어두워지고 말았다. 특히 롯데마트의 3분기 영업이익은 1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5% 떨어졌으며, 롯데하이마트 영업이익 역시 334억원으로 48.4%나 줄어들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위기모면을 위해 유통 빅3은 수장을 전면 교체하는 데 칼을 들었다. 온라인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이대로는 안 된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한 셈이다.

이마트는 인사를 한 달 앞당긴 지난 10월에 진행하며 6년간 자리를 지켜온 이갑수 대표를 물러내고 창사 처음으로 외부 수혈을 통해 컨설팅사 출신 강희석 대표를 선임했다. 이후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에 차정호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장재영 신세계 대표를 신임으로 세우며 나란히 자리를 맞바꿈했다.

현대백화점도 빠른 정기인사로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2012년부터 한섬을 이끌며 실적을 높인 김형종 한섬 대표를 선임한 것이다. 

롯데그룹은 백화점과 마트·슈퍼·e커머스·롭스로 나뉘어 있던 유통 사업 부문을 하나의 통합 법인으로 재편했다. 이를 총괄하는 유통BU장에 강희태 현 롯데쇼핑 백화점 부분 대표가 선임됐다. 롯데백화점 대표에는 황범석 롯데홈쇼핑 상품본부장이 선임됐다.

유통 빅3 신임 대표의 과제는 단연 '실적'으로 꼽힌다. 이에 온라인 유통망을 이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파격 전략 등을 통해 2020년에 어떻게 판도를 뒤바꿀 지 귀추가 주목된다.

올해 한화갤러리아와 두타면세점(사진)이 면세 특허권을 반납했다.
올해 한화갤러리아와 두타면세점(사진)이 면세 특허권을 반납했다.

면세점, 황금알 낳는다고?…적자 눈덩이로 전락

올해 면세점업계는 유난히 시끄러웠다. 한화갤러리아와 두타면세점이 면세사업을 철수하며 면세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반면, 인천공항공사 면세점 입찰에는 대기업간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와 두타면세점은 내년 말까지인 사업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면세 특허권을 반납했다. 한화갤러리아는 그 동안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9월에 영업을 종료했다.

두타면세점은 10월 말 특허권을 반남하고 영업종료를 알렸다. 두산이 반납한 면세점 운영권은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임대차 계약을 통해 다시 이어간다. 두산은 영업정지일을 내년 4월 30일에서 1월 25일로 앞당기면서 영업종료 마지막 단계를 앞두고 있다.

대기업의 지속된 면세점 영업종료에 업계에서는 면세점 사업이 '황금알을 못 낳는 거위'라는 오명까지 붙었다. 이전만 해도 면세점 운영권을 따기 위해 기업별로 치열한 경쟁을 해왔으나 더이상 면세점 운영은 적자만 기록한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따이공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면세점 매출을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커'의 증가로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2016년 중국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매출 역시 크게 줄었다.

이런 가운데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는 모양세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 사업권 8개 구역에 대한 입찰 공고를 두고 롯데, 신세계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총 8개 구역 중 대기업에 할당되는 것은 5곳이다.

입찰 대상 구역은 모두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알짜 구역으로, 관세법 개정으로 대기업 면세점 특허 기간이 한차례 갱신이 가능해 최장 10년이 보장된다. 또 입찰 계약에서 매출의 일정비율을 임대료로 내는 '영업요율 산정방식'이 적용되면 인천공항 면세점의 높은 임대료 부담도 덜 수 있어 대기업 간 뜨거운 간축전이 예상된다. 

'NO JAPAN' 불매운동, 울거나 웃거나

지난 7월 일본이 국내에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수출을 금지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을 시작으로 유통업계에는 또한번 큰 광풍이 불었다. 불매운동이 의류 제품인 유니클로나 주류제품인 아사히맥주, 화장품 등으로 전 분야에 진행된 것이다.

불매운동이 시작되기 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 10종 중 3종은 일본 맥주인 아사히, 삿포로, 기린이였다. 하지만 불매운동과 동시에 대형마트, 편의점 매대에서 일본 맥주 비중이 급감했고 중소형 슈퍼마켓의 경우 일본 맥주를 아예 판매하지 않은 곳도 생겨났다. 그결과 11월 일본 맥주 수입액이 1억4400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7.5% 감소했다. 국가별 맥주 수입 순위에서도 일본이 매년 1위를 차지해왔지만, 17위로 급락했다. 

롯데주류도 불매운동으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롯데칠성음료는 일본 불매운동이 일어난 3분기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롯데아사히주류 관계사인 탓에 처음처럼이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면서 매출이 줄어든 것이다. 롯데주류의 3분기 매출은 1640억원으로 전년 동기 1954억원 대비 19.2%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05억원에 달한다. 반면 경쟁사인 하이트진로는 '진로이즈백'과 '테라' 등 신제품 성공을 이어가며 빠른 점유율을 보였다.

불매운동으로 유통업계는 전반적으로 '주춤' 모양세를 띄었다. 다가오는 2020년에도 과연 불매운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불매운동의 여론이 사그라들어 다시 자리를 찾는 데 성공할 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뺏고 빼앗기는 '편의점 쟁탈전'

편의점 업계는 올해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올 연말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가 CU를 제치고 편의점 매장수 1위를 등극하며 이례적인 성과를 기록한 것. GS25가 매장수 1위에 오른 것은 1999년 이후 20여년 만이다. 

GS25는 11월 말 기준 전국 매장 수가 1만3899개를 기록했다. 반면 CU의 11월 말 매장 수는 1만3820개로 GS25보다 79개 적다. GS25는 지난해 말 기준 매장 수가 1만3107개였지만 올해 11월까지 매장을 792개 늘렸다. CU는 지난해 말 기준 점포 수가 1만3169개로 편의점 점포 1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올해 11월까지는 매장을 651개 늘리는 데 그치면서 선두 자리를 GS25에 내줬다.

편의점 업계는 내년에 더욱 판도 변화에 주목된다. 가맹점주는 통상 본사와 5년간 계약을 맺는데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편의점 가맹점 계약이 급증했던 만큼, 올해에 재개약이 대거 치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이전과는 달리 편의점에 대한 각종 규제 등으로 신규 출점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점주 지키기 혹인 뺏어오기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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