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SNS 블라인드, 노조메일 삭제 글 올라
삼성 "사규 따른것" 선그어…어용노조 전례도

지난 28일 삼성전자는 직원들의 사내 메일함으로 발송된 노조 가입 독려 이메일을 일방적으로 삭제해 논란이 되자 해당 이메일을 보낸 노동조합은 '모이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으로!'라는 팻말을 들며 지난 29일 공식출범했다.
지난 28일 삼성전자는 직원들의 사내 메일함으로 발송된 노조 가입 독려 이메일을 일방적으로 삭제해 논란이 되자 해당 이메일을 보낸 노동조합은 '모이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으로!'라는 팻말을 들며 지난 29일 공식출범했다.

[일요경제 홍화영 기자] 삼성전자가 직원들 메일함에서 '노조가입'을 독려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일방적으로 삭제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삼성의 노조원 무시하기 태도는 2011년에도 있었다. 당시 삼성은 노조 설립을 주도한 조합원의 '일거수일투족' 내용이 담긴 문건을 수집한 바 있어 삼성전자의 비도덕적 행위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메일 삭제, 사규에 따른 '도둑질?'

삼성전자가 직원들이 받은 노동조합 가입 안내 이메일을 일방적으로 삭제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직원들에게 노조 가입을 독려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이메일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보낸 것으로 삼성전자와 경쟁사 'H'(SK하이닉스 추정)의 복지 혜택을 비교한 표와 "우리에게도 노조가 있습니다. 힘이 생기도록 가입해주세요"라는 문구가 담겼다.

이후 해당 이메일은 직원들의 사내 메일함에서 삭제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직장인 전용 폐쇄형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노조 메일 삭제' 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고, "지워졌다"는 내용의 댓글도 여러 건 올라왔다.

'이메일 삭제 의혹'이 커지자 삼성전자 측은 "회사가 제공하는 정보통신망을 업무 외적인 용도로 사용해선 안된다는 사규에 따른 조치"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노조 측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6일 노조가 발송한 가입 독려 이메일도 일괄적으로 삭제했다는 것이다. 삼성 측에 단호한 태도에 노조는 항의 공문을 보냈지만 사측에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삼성전자 노조 진윤석 위원장은 "회사는 업무 메일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노조 관련 사안을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메일을 보낼 계획이며 여러 수단을 통해 단호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계속되는 노조원 '무시태도'

삼성의 노조원을 무시하는 태도는 전례가 있다.

2011년 삼성은 보안업체 직원을 이용해 노조원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링하는 등 사생활을 적은 '일일동향 문건'을 만들었다.

당시 삼성은 삼성에버랜드에서 노조 설립을 주도한 주축 조합원 조장희 씨를 보안업체 직원을 시켜 모니터링해 '식사 주문 내역, 흡연 여부' 등 사생활이 담긴 문건을 수집했다. 조씨 뿐만 아니라 조합원 가족으로 건강, 병력 등을 노조 탈퇴를 회유하거나 압박 용도로 쓸 모든 정보를 수집했다.

또한 삼성은 조씨 주측 노조의 교섭요구건을 봉쇄하기 위해 '어용노조(회사의 이익을 위해 설립된 노조)'를 만드는 등 비도덕적 행위를 했다.  

에버랜드 사측은 어용노조의 위원장을 맡은 임모 씨와 조합원 3명을 호텔로 불러 △대내외 행동지침 단체교섭 시뮬레이션 △모의 카메라 인터뷰 교육 △언론 인터뷰 Q&A 교육 어용노조 △알박기노조 비난 대응 등 내용의 교육을 수시로 진행했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행위는 미행과 감시를 뜻하는 '패트롤' 작전으로 불렸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형사는 삼성이 '비노조 경영'이라는 목적을 위해 조직적으로 노조 탄압에 나선 점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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