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방문규·김학수 등 기재부 출신 영향력↑

[일요경제 방석현 기자] 금융수장들이 잇따라 관료 출신으로 교체되며 업계의 모피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모피아는 재무부의 영문 약자인 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재무부 출신들의 막강한 파워와 연대감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행장에 임명된지 27일만에 서울 중구 을지로의 IBK기업은행 본사로 첫 출근을 하게 됐다. IBK노조가 청와대 출신의 낙하산 인사라며, 27일간 그의 출근을 저지해 왔기 때문이다.

윤 행장은 1983년 행시 27회에 합격해 공직을 처음 시작했으며, 기획재정부의 기획정책국장을 역임한 이후 대통령 비서실 경제수석을 거쳐, 기업은행장에 임명됐다.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2013년 기업은행장으로 기재부 관료 출신이 내정됐을 당시 '관치는 독극물'이라 주장했던 민주당이 현재 낙하산 인사를 강행하는건 기업은행에게 독극물을 먹이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자기모순적인 태도를 비판했었다.

이후 윤 행장이 노조의 노동이사제(노동조합이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 파견)를 수용함에 따라 양측은 간극을 좁히게 됐다. 

같은날 이명호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도 한국예탁결제원 22대 사장에 선임됐다.

하지만 예탁원 노조는 이 수석전문위원 선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전문 위원이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 자본시장조사심의관, 구조개선정책관 등을 역임한 금융관료 출신이기 때문이다.

예탁원 노조는 "금융공기업에 대한 관료 낙하산의 자리 대물림은 법조계의 전관예우 비리와 다름없다"며 "3연속 관료 낙하산의 사장 지명은 공개모집의 취지와 상반되는 것으로 정책 당국자의 공개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시행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수출입은행장에 취임한 방문규 전 복지부 차관도 기재부 출신이다.

방 행장은 행정고시 28회로 1985년 재정경제원에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유통정책관, 기재부 대변인, 기재부 예산실장, 기재부 제2차관, 보건복지부 차관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이다.

이밖에 지난해 4월 금융결제위원장에 취임한 김학수 위원장도 행정고시 34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자금시장과장,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과 금융서비스국장 등을 거쳤다.

이에 업계에서는 금융업계의 모피아 입김이 세지는 게 아니냐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써 마피아처럼 끈끈한 이해 관계를 갖고 밀어주고 끌어주며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가운데, 마피아 같은 독점적인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금융 공기업들이 정부의 관치금융 수단으로 활용돼 왔던 만큼 금융위원회나 기획재정부 출신으로써 모피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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