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로 성능 저하시켜 신형으로 교체토록 꼼수
미국 소비자들, 1인당 25달러씩 보상받게 돼

[일요경제 김선희 기자] 지난해 애플이 구형 아이폰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킨 일명 '배터리 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에게 5955억원을 지급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소비자 1인당 약 25달러씩 돌아가는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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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일 현재 애플과 집단소송을 제기한 소비자 측은 5억 달러(한화 약 5955억원)보상을 받는 것으로 잠정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보상 관련 합의안은 향후 미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지방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합의금 지급 대상은 미국의 아이폰 사용자 중 운영체제 iOS 10.2.1과 이후 버전인 경우와 아이폰6, 6플러스, 6s, 6s플러스, 아이폰7, 7플러스, 아이폰SE 이용자들이다.

베터리 게이트는 지난 2017년 미국의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Reddit)에 한 아이폰 6S 사용자가 올린 글로부터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글은 아이폰 성능이 느려져 배터리를 교체한 후 성능이 제 속도로 돌아왔다는 내용이다. 이에 '긱벤치'의 창업자 존 폴이 레딧에 아이폰6와 아이폰7 모델에서 인위적인 성능 저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데이터로 입증해, 애플사가 고의적으로 아이폰의 성능을 떨어뜨려 신형으로 교체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됐다.

당시 애플사는 이를 시인한 바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과도한 사용, 아이폰 주변의 온도 변화 등에 따라 속도가 느려질 수 있는 점을 주장하며 과실의 일부를 부인하기도 했지만, 애플은 그러면서도 사과를 하고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이같은 보상 안에 잠정 합의했다. 

소비자 측 변호인들은 이번 합의에 대해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배터리 게이트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한국 소비자 의견은 분분했다. "이미 내 손에 익숙한 아이폰을 두고 키패드 사용법이 다른 안드로이드폰을 대체재로 당장 바꾸기도 번거롭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가 아니냐, 할부 기간이 끝나면 바꿀 의향이 있다"는 의견 등 아이폰에 대한 일편단심했던 애용자들 속에서 심리 변화가 엿보인다.

2019년 4분기(10월~12월) 전체 매출은 981억 800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9% 늘어났다. 순이익도 분기 사상 최대 규모다. 그러나 매 분기 경신하는 매출실적의 일부가 조작으로 인한 신형 아이폰 교체로 인한 것이라면 이번 집단소송의 결과는 마땅해 보인다. 앞으로의 팀 쿡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애플의 경영전략에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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