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투자안내문 외국계 금융사 통해 배포
재무구조 개선 위한 자구안 시급…매각 가능성 ↑

[일요경제 박은정 기자] 두산중공업 자회사인 두산건설의 매각 추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정부로부터 1조원 규모 자금을 수혈받게 됨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도 매각과 급여삭감 등의 고강도 자구책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업계에 두산중공업의 두산건설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금융업계에 두산중공업의 두산건설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최근 100% 자회사 두산건설 매각을 위한 투자안내문(티저레터)을 한 외국계 금융사를 통해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두산건설 매각을 염두로 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두산건설 매각은 지난해 12월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속적인 영업부진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의 자금난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전망에서다. 

두산건설은 지난 2001년 출범한 후 아파트 브랜드 '위브(We've)'가 승승장구하면서 두산그룹의 자랑거리로 꼽혀왔다. 당시 2010년과 2011년에는 시공능력평가 10위권에 오를 정도로 빛을 발해왔다. 

하지만 두산건설은 10년 전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사업을 시작으로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이 아파트는 2700가구의 대단지 주상복합이었지만, 금융위기 직후 주택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무리한 분양가와 대형평수 위주의 설계 등으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했다.

입주후에도 미분양 사태가 이어지면서 결국 자금경색에 몰리게 됐다. 두산중공업 등 그룹 계열사로부터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지원 받았지만 이자 부담 등으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곧 경영난으로 이어졌다. 2011년 294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9년 연속 적자의 늪에 빠진 것이다. 이후 두산중공업이 지난해 말 두산건설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100% 자회사 구도로 바꾸고, 두산건설은 상장폐지까지 맞게 됐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을 위해 10년간 약 1조7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두산중공업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영향을 받으면서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두산그룹은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원의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받기로 하면서, 강도 높은 자구안을 모색하고 있다. 

자구안에는 두산건설 매각 외에도 그룹 계열사 임직원의 급여 삭감 방안도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은 지난 27일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 회의에서 "두산중공업은 발전설비사업 실적악화와 자회사인 두산건설 손실 지속 등으로 재구구조가 악화돼 있다"며 "이에 두산그룹이 연초부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해 왔으며 전단체 등 단기자금 조달 등을 통해 유동성을 관리해왔다"고 전했다. 

한편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결정된 바 없다"며 "채권단과 협의해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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