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보험 관련 판례인용…"법리·정책적 검토 함께 이뤄져야"

사진 픽사베이

[일요경제 이지현 기자] 운전자 A씨는 얼마전 운전자 B씨와 쌍방과실 차대차 사고로 인해 차량이 파손됐다. A씨는 자신의 자차보험으로 수리비 400만원을 먼저 처리하고 자신이 가입한 X보험사로 부터 자동차종합보험의 자차보험 및 자기부담금 약정에 따라 350만원을 보상받고 50만원은 스스로 부담했다.

이후 X보험사(원고)는 B씨가 가입한 Y보험사(피고)를 상대로 보험자대위(보험사고로 인한 손해비용 지급시, 지급한 금액 범위 내 권리 취득)에 근거해 350만 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와 B씨의 과실비율을 15:85로 봤다. B씨의 손해배상책임액은 340만원이며, Y보험사는 A씨의 자기부담금 50만원을 제외한 290만원을 X보험사에게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A씨는 Y보험사에게 자기부담금 5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자동차보험(이하 자차) 자기부담금 환급이 전체 보험계약자의 보험료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자기부담금은 손해액의 일정 부분을 스스로 부담하자는 취지이지만, 최근 환급이 가능하다는 판결이 나옴에 따라 사고 예방과 손해 방지 대가로 보험료를 절감하고자 하는 보험계약자들의 의사에 반하는 결과가 돼버리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자동차 사고 피해에 대한 보험사 간의 구상금청구소송에서 피고 보험사가 원고 보험사에게 자기부담금을 제외하고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 운전자가 자기부담금을 반환 받을 수 있었다.

판결은 보험자(보험사)가 제3자(상대방 보험사)에게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은 제3자(가해자)의 손해배상책임액과 남은 손해액(자기부담금)의 차액 상당액에 한정되고, 구상권에 있어서 보험자가 아닌 피보험자(가입자)가 우선하게 된다고 봤다.

쌍방과실 차대차 사고 시 발생한 자기부담금을 상대방 보험사에게 반환받을 수 있는지는 보험 업계에서 논란이 돼 왔다.

특히 이번 판결에선 자기부담금은 피보험자가 스스로 부담하기로 한 특수성이 고려되지 못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보험연구원 황현아 연구원은 "자차보험의 기능과 자기부담금 약정의 취지를 고려할 때, 자차 보험의 자기부담금은 판결에서 말하는 손해로 보기 어렵다"며 "위 판결은 손해액의 일정 부분을 스스로 부담하며 사고 예방과 손해 방지에 힘쓰고 그 대가로 보험료를 절감하고자 하는 일반 보험계약자들의 인식과 의사에 반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자차보험 자기부담금 환급 문제는 법리적 측면은 물론 정책적 측면의 검토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화재보험관련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자차보험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자기부담금의 성격의 다른 부분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금융감독원 발표와 같이 자차보험의 자기부담금은 자체 담보를 통한 도덕적해이방지에 목적이 있는 만큼 자기부담금환급이 가능하게 될 경우,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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