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마찰로 국내 판매 난항 겪기도
중국 진출 준비했지만 코로나19에 루이싱커피 상폐 논란

[일요경제 박은정 기자] 오리온이 야심차게 준비한 생수사업 '제주용암수'가 시원치 않다. 지난해 출시를 앞두고 제주도 측과 의견충돌이 일어나면서 국내 판로에 난항을 겪은 것을 시작으로, 중국 진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계획이 뒤틀렸다. 여기에 중국 진출을 위해 판로역할로 기대했던 중국 최대 커피 브랜드 '루이싱 커피'가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면서 국내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지난해 오리온 제주용암수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제주용암수 브랜드와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리온 제공)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지난해 오리온 제주용암수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제주용암수 브랜드와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리온 제공)

1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 16일 중국과 베트남에서 '오리온 제주용암수' 현지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말 프리미엄 생수 제주용암수를 출시한 지 약 반년 만에 이뤄진 결과다.

오리온의 제주용암수는 시작부터  삐걱 거렸다. 제주도 측이 오리온이 약속을 어기고 국내사업을 강행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오리온은 국내 출시가 합의된 사항이라고 주장한 반면, 제주도는 수출용으로만 허가했다며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제주도는 국내 판매를 계속 주장할 경우 공급마저 끊겠다는 초강수를 던지기도 했다.

팽배한 싸움을 거친 오리온과 제주도는 약 두 달 만인 1월에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에 대한 협상을 체결했다. 오리온은 국내에서 온라인을 통한 가정배송과 기업 대상 B2B 판매, 면세점 판매만 하기로 했다. 오리온의 제주용암수 국내외 판매 이익 20%는 제주도에 환원하기로 약속했다.

이제 원활하게 사업을 진행하나 싶었지만, 중국 수출에 발목이 잡혔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주력 시장으로 생각했던 중국의 판로가 막혀 버린 것이다. 오리온은 제주도와 협의를 이룬 후 2월에 통관테스트를 하고 3월에 광둥성 중국 화남 지역 오프라인 채널 진출을 계획해왔다. 또한 출시 전부터 중국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인 루이싱커피에 제주용암수 공급 체결까지 진행하며 중국에 남다른 전략을 세워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기존 1분기에 수출계획은 한 차례 미뤄졌다.

중국 진출의 장애물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오리온이 중국 진출 발판 중 하나로 삼았던 루이싱커피가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게 됐다. 루이싱커피가 지난해 매출액 22억위안(약 3800억원)을 부풀려 보고한 회계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루이싱커피 연간 매출액이 40억위안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을 속인 셈이다.

루이싱커피는 2017년 10월 설립된 곳으로 급속도로 성장하며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전역에 4057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며 스타벅스의 세계적인 라이벌로 꼽혔었다.

결국 루이싱커피는 지난 4월 7일 거래가 중단됐다. 다만 루이싱커피가 자신의 입장을 항변하며 청문회 기간이 주어지면서 5월 20일부터 주식거래는 재개된 상황이다.

오리온은 당초 루이싱커피를 통해 중국 전역에 제주용암수를 납품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루이싱커피의 상폐 위기에 난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오리온 측은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루이싱커핑 납품하는 것은 아직 지켜보고 있다"며 "루이싱커피에 물을 납품하는 것은 해외수출 전략 중 하나일뿐이기 때문에 엄청난 타격을 받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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