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동 부지 매각, 서울시 공원화에 무산
노조 "유휴자산 매각이 우선…고용 안정 저해"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대한항공이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기내식 사업부 매각을 강수로 둔 가운데 노조가 격한 반발에 나섰다.

16일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내사업부 매각 반대를 위한 집회를 열었다.

대한항공 노조는 "회사는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이 우선시돼야 함에도 기내식 사업부 매각으로 직원 고용 안정을 저해하고 있다"며 "고용불안을 야기시키는 사업부 매각 행위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어 기내식 사업과 기내면세품 판매사업 매각 추진을 위해 사모펀드인(PEF)인 '한앤컴퍼니'에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했다. 향후 실사 등 구체적인 진행사항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았고, 기간산업안정기금에서 하반기에 1조원을 추가로 지원받기로 했다. 채권단 지원 조건으로 2조원 가량의 자본 확충을 요구받은 대한항공은 이달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1조1587억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여기에 기내식과 면세점 사업부를 매각하면 자구책으로 확보한 자금은 2조원을 넘게 된다.

대한항공은 서울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를 보유한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추가 자산 매각도 진행 중이지만 송현동 부지는 서울시가 인수한 뒤 공원화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매각이 사실상 중단됐다.

기내식 사업부 매각은 대한항공 자구안의 핵심인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이 서울시 공원화 방침에 가로막혀 차질을 빚으면서 대안으로 등장했다. 최소 6600억~7000억 규모로 추정되는 기내식사업부는 대한항공 내에서도 알짜사업으로 꼽힌다.

노조는 기내식 사업부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유휴자산 매각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서울시의 행정 갑질에 대한 투쟁을 전개하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사 신뢰를 바탕으로 뼈를 깎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회사는 노조의 노력에도, 기내식사업부를 우선 매각해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을 심각하게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사업부 매각 과정에서 직원들의 고용문제와 임금보장 문제를 최대한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내식사업부와 기내면세점사업부 직원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협상 과정에서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대한항공 노조와도 긴밀히 협의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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