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노조가 제기한 채권압류 신청 '인용'
직원 임금 및 휴가지원비 모두 '막혀'…신용도 하락 위기

“계좌가 압류되면 금융거래 중단, 신용도 및 주가하락, 영업망 혼란 등이 우려된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일요경제 박은정 기자] 지난 28일 금호타이어 사내공지문에 올라온 글이다. 하지만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금호타이어가 우려했던 상황이 불거졌다. 금호타이어가 사상초유로 모든 운영자금이 중단되는 사태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전직원 급여와 휴가비마저 지급하기 어렵게 됐다.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조가 제기한 '채권 압류 신청'이 인용됐다.(사진-연합뉴스)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조가 제기한 '채권 압류 신청'이 인용됐다.(사진-연합뉴스)

비정규직 노조 '초강수 카드'…채권 압류

이는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동조합(노조)이 지난 27일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채권압류)을 한 것에 따른 것이다. 광주지방법원은 노조 측의 채권압류 신청을 30일 인용하고, 우리은행에 임금채권 가집행을 승인했다.

광주지방은 앞서 1월 비정규직노조가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들이 금호타이어와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들에게 금호타이어 사원과의 임금차액을 지급할 것을 판결했다. 소송참여자는 613명으로 임금차액은 약 25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는 1심에 항소를 제기하며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하고자 비정규직 노조와 특별합의를 진행했다. 노사는 임금차액과 제반사항을 두고 협의를 진행했으나 이견차는 결국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노조가 압류신청을 강행했다. 압류신청 대상자는 414명으로 이들의 요구 금액은 204억원이다.

법인계좌 거래 중단…경영난 속 ‘엎친데 덮친격’

광주지법의 채권압류 승인으로 금호타이어의 법인계좌 거래는 중단됐다. 이에 직원들의 임금은 물론 하계휴가비도 보류된 상황이다. 금호타이어는 매년 8월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여름휴가비를 진행하며 휴가비로 개인당 50만원을 지급해왔다.

뿐만 아니라 납품업체 대금지급도 불가피하게 차질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금호타이어의 신용도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태에 대해 노조 측도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직원들의 임금이 지급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아니다. 노조는 본사에 채권압류의 위험성에 대해 계속 말해왔다”며 “이 부분은 노조의 탓이 아닌 지금까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회사의 책임”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금호타이어가 법원판결을 수용하고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사측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본지와의 연락은 닿지 않았으나, 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경영 환경이 나빠진 가운데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비정규직 노조와 특별 협의를 진행해 왔다”면서 “일자리를 지켜야 고용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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