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 휴가없이 매일 12~16시간 장시간 노동
택배노조, 민관공동위 구성 …노동환경 개선 요구

과로사한 고(故) 서형욱 택배노동자의 유가족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마련 촉구 유가족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과로사한 고(故) 서형욱 택배노동자의 유가족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마련 촉구 유가족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택배노동자들이 민관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실태를 조사하고 택배노동자 노동 환경 개선에 나서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조(택배노조)와 택배노동자 과로사 유가족들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물량이 크게 늘면서 과로로 쓰러져 목숨을 잃은 택배노동자가 공식적으로 5명"이라며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죽음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택배노동자는 특수고용노동자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매일 12∼16시간씩 일하는 데다 배송 시간에 쫓기느라 병원에 갈 엄두도 못 내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택배 노동자수는 5만명 정도로 택배기사가 4만명, 분류작업자 등이 1만명이다. 전국 택배기사 대다수는 대리점 등과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들로 택배업체로부터 배달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된다.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택배기사는 연차나 휴가가 별도로 없고, 일반 근로자와는 달리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계약조건과 소득정도도 천차만별이다.

택배연대노조는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 정부는 올해 몇 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택배사는 과로사 문제를 축소·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택배사에 △분류작업에 대체인력(분류도우미) 한시적 투입 △당일배송 강요금지 및 지연배송 공식 허용 △폭염·폭우에 따른 과로방지 대책 △유족에 대한 사과 및 산재신청 협조 및 보상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과로사로 목숨을 잃은 택배노동자 유가족도 함께했다.

3개월 전 과로사한 고(故) 정상원 택배노동자의 아내 서한미씨는 "8년만에 여행을 간다며 좋아하던 아이 아빠가 숨졌는데도 CJ대한통운에서는 제대로 된 사과 한번 없었다"며 "지금도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해 환경이 개선되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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