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노조, 기본급 인상 및 성과급 요구
코로나19로 자동차업계 임금인상 부담…협상 난항 예고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휴가를 마친 국내 완성차 업계가 2020년 임단협에 본격 돌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올 상반기 자동차 산업이 부진했지만 노조가 임금인상과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어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현대차 노사는 상견례를 갖고 2020년 임금협상 교섭을 시작했다. 이번 임단협은 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3~4개월 늦게 시작됐다. 노사는 이날 상견례를 시작으로 오는 19일 본교섭을 통해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단체 교섭 키워드를 '생존과 미래' 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지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파업의 가능성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이후 지난 몇 달 간 노조는 "회사가 살아야 노조가 유지될 수 있다"며 "임금 투쟁 대신 일자리 지키기에 집중하겠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지만 막상 2분기 성적표가 나오자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지급 등의 요구안을 사측에 발송하면서 노조에 대한 비난 여론이 쇄도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협에서 기본급 12만304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또 고용보장을 위해 국내 공장 생산 유지, 해외공장 추가 생산물량 국내 전환, 전기차 전용 생산 공장 설립 등도 요구한다.

기아자동차의 올해 임단협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에 지난해 영업이익(6029억원)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안을 확정했다. 성과급은 1인당 2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노조는 △정년연장 △친환경차 라인 및 핵심부품 공장 내 전개 △노동강도 완화 및 작업환경 개선 투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임단협 본교섭에 돌입한 한국GM 노조도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통상임금의 400%인상, 사기진작 격려금 600만원 지급, 자산매각 관련 별도요구안(노조와 자산매각시 협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달 16일 1차 실무교섭에 이어 지난달 29일 2차 실무교섭을 진행했지만, 아직 진전은 없는 상태다. 노조는 기본급 월 7만1687원 인상, 코로나로 인한 일시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 2년 동안 임금이 동결됐기 때문에 올해는 임금인상을 반드시 타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측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완성차 판매 감소를 감안하면 노조 요구안를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쌍용차는 지난 4월 완성차 중 처음으로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지으며, 2010년 이후 11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갔다.

코로나 19 여파로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11년만에 최저치로 감소했다. 수출은 2002년 이후 18년만에 최소를 기록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은 작년 동기보다 19.8% 감소한 162만7534대다. 완성차 수출은 82만671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4% 줄었으며, 2002년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이마저도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 실적을 떠받치던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이 7월부터 줄자 다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6월 70%에 달했던 개소세 감면이 7월 들어 30%로 축소되며 소비자 유인 효과가 약화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만이 전년 동월 대비 28.4% 판매 증가를 보이며 전체 판매를 끌어올렸으나, 나머지 회사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반기 내수가 호황을 누린 것은 하반기 개별소비세 인하 일몰에 대비해 수요가 많이 몰렸기 때문"이라며 "하반기 자동차 생산이 더 나아질 거라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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