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개 공공기관, 성과급 등 일부 상품권 지급
기재부 "내년도 경영평가에 고통분담 여부 검토"
"상품권, 사용처 마땅치 않아"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공기업이 성과급 일부를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자 직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명절 상여금을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한 적은 있었지만 급여까지 상품권으로 지급한 적은 한국전력이 처음이고 공기업 전반으로 확대된 것 또한 이번이 처음이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전국 183개 이상 공공기관이 지역경제 활성화, 취약계층 지원, 코로나19 대응 등 정부의 추석 민생안정대책 후속 조치에 나선다고 밝혔다. 기재부에 따르면 53개 이상 공공기관이 성과급 등 일부를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해 지역 소상공인 등을 지원한다.

내년도 경영평가에는 이러한 대국민 고통분담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안일환 기획재정부 차관은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이 어렵고 또 공공부문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차원"이라며 "이번에 정부가 경영평가를 하고 경영평가 결과로 성과급을 지급하게 돼 있는데, 그 일부를 반납하는 것으로 고통에 동참하도록 공공기관에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전은 직원의 9월 급여 일부(105억원 상당)를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직급별로 최대 100만원까지 급여의 일부가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된다.

한전은 "이번 결정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사 간 합의를 통해 결정됐다"며 "지역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일단 성과급을 상품권으로 주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 근로기준법 43조 1항에 따르면 임금은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각 공기업은 "노사가 상호 합의한 결과"라고 밝혔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발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용범위가 전통시장인데다 업종도 한정돼 있어 사실상 사용처가 마땅치 않다.

블라인드 등 온라인 사내 게시판에선 이에 불만을 토로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크다. 추석을 앞두고 현금을 쓸 일이 이래저래 많은 데다 온누리상품권 사용처도 전통시장과 일부 상점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불만은 있지만 고통분담 여부를 공기업 경영평가에 반영한다는 정부 눈치 보느라 불만을 대놓고 내색할수 없는게 공기업 직원들 처지다. 

한 공기업 직원 A씨는 "지역민들과 고통분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온누리상품권은 쓸 수 있는 시장이 근처에 없어 애물단지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공기업 직원 B씨는 "당장 코로나 때문에 쓰러 나가기도 걱정인데 지역경제 활성화라면 지금 가서 쓰라는 건지 묵혀놨다 나중에 쓰라는건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 6월 정부는 공공기관 직원 성과급의 일부를 온누리상품권·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LH·지역난방공사·조폐공사·관광공사 등이 경영평가 성과급 일부를 온누리상품권으로 대체했으며, 한전은 성과급이 아닌 급여 일부를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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