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사즉생(死卽生)각오로 이스타항공(회생)과 직원들의 일자리를 되살려놓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이 지난 24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 의원은 대량 해고 사태를 야기시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이스타항공의 창업주다. 이 의원은 이날 민주당 윤리 감찰단 조사대상에 오르면서 자진 탈당을 선언했다. 이 의원의 탈당을 두고 일부에선 고육지책(苦肉之策)에 지나지 않는 '면피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 측에서 제명 조치가 임박해오자, 탈당이 일종의 ‘꼬리자르기’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현재 8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에게 필요한건 면피용 탈당이 아닌 사재출연이다. 사측이 체납한 고용보험료 5억원 때문에 직원들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의원은 사재출연 요구와 관련해 "지분을 헌납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지분 헌납은 재매각이 성사됐을 때에나 의미가 있다. 지분을 사들일 대상이 없는데 지분을 헌납 하는 것으로 체불임금 등 미지급금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이 겪고 있는 위기는 경영진의 무능함이 자초한 일이라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이스타의 위기는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상직 일가는 책임에서 빠져 나간듯한 모양새다.

이스타항공이 현재 겪고 있는 상황을 보노라면 고장난 배에 물이 서서히 들어와 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임직원들과 함께 한 배를 타고 출항했지만 정작 본인만 침몰하는 배에서 가장 먼저 탈출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의원은 그동안 "이스타항공 경영권에서 손을 뗐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타항공의 실소유주가 이 의원이라는 점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이 의원은 표면적으로 2012년까지 회장직을 유지해왔다. 이후 그의 형을 회장으로 내세웠다. 현재는 다른 사람이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 의원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은 또 있다. 이 의원 자녀가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지분 39.6%)인 이스타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지분 보유 과정에서 드러난 편법 증여, 탈세, 특혜 대출 등 각종 의혹을 받고 있음에도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10월 이스타홀딩스 설립 당시 이 의원 자녀인 26세 수지씨와 16세 원준씨는 2개월 만에 '인수 예정'인 이스타항공을 담보로 잡고 100여억원을 차입했다. 이스타홀딩스는 설립 당시 자본금이 3000만원에 불과했다. 사업 실적도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100여억원을 대출받았다. 이스타홀딩스는 이렇게 차입한 돈으로 다시 이스타항공 지분 68%를 매입했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을 세워 13년간 212억원에 이르는 재산을 쌓아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재산에는 주식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그가 쌓아올린 이스타항공은 현재 2000억원이 넘는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게다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경영진의 무능함 때문에 위기로 치달아 침몰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이 위기를 오롯이 직원들만 감내해야하는 걸까. 직원들이 바라는건 위기에 닥친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고 자기만 살겠다는 식의 도망이 아니다. 정리해고 철회와 함께 운항재개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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