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정부가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가 대주주 선정 기준 및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체계 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에도 정부는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족 합산 3억원 이상 주식 보유 시 대주주로 지정해 과세한다’는 소득세법 시행령에 대해 정해진 스케줄(일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투자자들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2023년부터 5000만원이 넘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로 돼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대주주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이중과세이고 주요국과 비교해서도 대주주 선정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올해 연말(주주명부 폐쇄일)을 기준으로 한 종목에 대해 3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내년 4월 이후 매도할 경우 22∼33%(기본 공제액 제외, 지방세 포함)의 양도세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3억원은 해당 주식 보유자를 비롯해 친가·외가 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손녀 등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경영지배 관계 법인 등 특수관계자 등이 보유한 물량을 모두 합친 금액으로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게 돼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현대판 연좌제'라는 비판이 나오는 있는 이유다.

만약 정부가 이대로 과세방침을 고수한다면 개인투자자들이 기껏 살려놓은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기관과 외국 투자자들은 앞다퉈 매도에 나섰지만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반등했던 국내증시가 다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증시에서 투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개인투자자들은 발길을 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초가삼간에 빈대가 생겼다 해서 불을 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더구나 주식 양도세 부과를 위한 대주주 여부를 지분시세로 정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주식시장 과세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ㆍ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일본ㆍ호주ㆍ한국 등 7개국의  대주주 기준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독일은 지분이 1%미만인 경우 25%의 단일 원천징수세율을 적용하고, 지분이 1% 이상이면 사업 자산으로 여겨 최고 45%의 소득세율을 적용한다. 영국은 기본소득세 구간에 따라 10~20%의 양도소득세율을 적용한다.

미국은 보유기간 1년을 기준으로 단기자본이득과 장기자본이득으로 구분해 장기보유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낮은 세율을 부과한다. 프랑스는 개인투자와 사업용 투자를 분류해 과세한다.

일본은 특정 종목 지분율이 3% 이상인 주주를 대주주로 분류해 손익통산 후 종합과세를 적용한다. 금액상 대주주 기준은 없으며 기준 적용 시에도 우리나라와는 달리 직계존비속과 같은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지 않는다.

초저금리가 장기화되고 과열로 치닫는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갈 곳 잃은 풍부한 유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세제 개편안을 강행한다면 증시에서 빠져나가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유턴하거나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우려된다.  정부의 심도 있는 법안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조치가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해 세수가 부족해지자 세금을 늘리기위해 대주주 과세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정부는 과세형평성을 위해서라고 부인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위기 과정에서 소위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 주주들의 역할이 위기 극복에 컸지만, 주식 양도 소득세는 자산 소득과 근로 소득 등의 과세형평을 위한 것“이라면서 증세목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히려 개인 투자자들의 욕구를 꺾고, 주식시장의 침체를 가져온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들의 상식에서 벗어나면 공감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과세형평’을 위한 정책인지 아니면 부족해 진 세금을 걷기 위한 정책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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