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대표이사 박근희가 잇따른 택배기사 사망사고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박근희가 잇따른 택배기사 사망사고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CJ대한통운)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CJ대한통운과 로젠택배에서 최근 잇따라 택배기사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과로사 재발을 막기위해서는 사망원인인 지입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달인력을 직고용하고 있는 쿠팡 운영방식이 지입제 대안으로 제시됐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로젠택배 지점에서 일하던 40대 택배기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그 원인 중 하나로 주요 택배회사들이 택하고 있는 지입제 방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환노위 국감에서 양이원영 의원은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40대 후반 택배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고인은 과도한 권리금을 내고 일을 했고 차량 할부금 등으로 월 200만원도 벌지 못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게됐다”며 지입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입제란 택배사가 화주로부터 수주 받은 물량을 계약대리점에 위탁하고 대리점은 화물차를 소유한 차주에 재위탁하는 형태다. 이로 인해 차주(택배기사)가 대리점에 국가시험비, 번호판은 물론 권리금까지 지불하는 경우가 있다.

뿐만 아니라 개인사업자인 지입제 택배기사는 과로사 원인으로 떠오른 장시간 공짜 분류 작업으로 인해 하루 13시간 쉬는 날 없이 일하고 있어 구조적으로 과로에 노출되어 있다. 숨진 김씨의 유서에도 "우리(택배기사)는 이 일을 하기 위해 국가시험에, 차량구입에, 전용번호판까지(준비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실은 200만원도 못 버는 일을 하고 있다"고 그간의 생활고와 지입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제 CJ대한통운, 한진, 로젠 등 주요 택배사들 모두 택배 인력의 대부분을 이런 지입제 기반의 기사들로 운영하고 있다.

반면 쿠팡은 지입제가 아닌 배달인력을 직고용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 측에 따르면, 쿠팡의 배달인력인 쿠팡친구는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로서 4대보험은 물론 차량, 핸드폰과 통신비 등을 제공받고 월급제로 일하고 있다. 또 주5일 52시간제 및 연차휴가 등을 통해 구조적으로 장시간 노동과 과로의 위험에서 벗어나 있다.

지입제의 문제점은 과로에만 머물지 않는다. 개인사업자로 운영되는 특성상 불안정한 수입과 권리금, 갑질 불합리한 관행도 남아 있다. 김씨의 유서에도 "저 같은 경우는 적은 수수료에 세금 등을 빼면 한 달 200만원도 벌지 못하는 구역"이라며 "이런 구역은 소장(기사)을 모집하면 안 되는데도 (대리점은) 직원을 줄이기 위해 소장을 모집해 보증금을 받고 권리금을 팔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여름 더위에 하차 작업은 사람을 과로사하게 만드는 것을 알면서도 이동식 에어컨 중고로 150만원이면 사는 것을 사주지 않았다"며 "(오히려) 20여명의 소장들을 30분 일찍 나오게 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기존 택배사들의 지입제 방식이 택배근로자 과로사의 중요한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환노위 국감에는 택배근로자 사망과 관련이 없는 쿠팡 물류센터 임원만이 증인으로 채택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택배근로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쿠팡과 같이 직고용을 통해 회사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재벌택배사들이 쿠팡처럼 직고용을 통해 운영을 할 경우 4대보험을 비롯 인건비가 급증해 꺼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직고용을 통해 주5일제를 지키고 있는 쿠팡을 모범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CJ대한통운이 최근 잇따라 발생한 택배기사 사망에 대해 사과하고 택배기사들의 작업시간과 강도를 낮추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은 22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택배 업무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택배기사님들의 명복을 빌며 사과드린다"며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는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머리숙였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