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발표
택배업계 "현장 올바른 적용 위해 실효성 있는 협의 필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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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택배기사들이 장시간·고강도 노동으로 잇달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대책이 택배현장에 올바르게 적용되기 위해선 대책에 대한 실효성있는 협의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12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주간 택배기사의 심야배송 제한 권고 △주5일 작업 확산 권고 △택배가격 구조 개선 등을 골자로 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택배기사의 적정 작업시간 관리를 위해 택배사별로 상황에 맞게 1일 최대 작업시간을 정하고 그 한도에서 작업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택배 물량의 분류와 집화, 배송까지 하루 작업 시간을 정하고, 한도 내에서 작업이 이뤄지도록 국토부의 택배서비스 평가기준을 제시하기로 했다. 또, 주간 택배기사의 밤 10시 이후 심야배송을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주 5일 작업이 확산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택배 노조는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택배업계 현장 근무자들은 주5일제가 처리해야 할 시간당 물량이 더 늘어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토요일에 발생했던 물량이 그 다음주로 고스란히 넘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서다.

택배업계는 심야배송 제한에 대해서도 "택배노동자들이 밤 10시까지만 일하더라도 하루 15시간을 근무하는 것"이라며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제도개선을 마련해야할 노동부 장관이 밤 10시까지 일하는 것에 대해 적정 작업시간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의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법적 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심야배송 제한, 주 5일제 확산 등을 강제할 수 있는 제재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택배사나 영업점별로 정부 권고를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셈이다. 택배업계는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과연 택배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대하는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택배기사 수익 감소도 또 하나의 문제로 지적됐다.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로 택배 한 건당 수수료를 받는 입장이기 떄문에 업무시간이 짧아질수록 벌어들이는 돈도 같이 자동적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택배기사 처우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분류인력 확충, 설비투자 및 적정 배송 수수료 지급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택배비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택배사간 가격 경쟁이 심화하면서 최근 20년간 택배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02년 3265원이었던 택배 가격은 2010년 2505원, 2019년 2268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택배기사에게 지급되는 배송 수수료를 낮췄고, 택배기사가 일정 수준의 소득 유지를 위해 더 많은 배송을 하는, 과로로 이어졌다. 2200원의 택배비 중 현재 택배기사가 가져가는 배송 수수료는 800원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나 가격구조 개선방안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택배가격 인상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노사 사회적 논의를 통해 방안을 찾기로 했다.

과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분류작업'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부는 워낙 노사 입장차가 커 상당 기간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배기사 측은 1일 평균 작업시간 12시간 10분 가운데 3, 4시간이 분류작업 시간이라며 분류 업무가 '공짜노동'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택배회사는 분류 업무도 배송 업무에 포함, 배송 수수료에 분류 수당도 포함돼 있다고 맞서고 있다.

택배노조는 "이번 대책이 정부차원의 대책인 만큼 택배회사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선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이번 대책이 현장에 적용되기까지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구체적 논의를 통한 추가적인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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