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조아서 기자] 최근 유통업계에선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 민족(우아한 형제들, 배민)과 요기요·배달통(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DH)의 인수 합병에 요기요 매각 조건을 달았다는 조건부 승인설이 나돌고 있다. DH측에서 요기요 매각 조건을 승낙할 경우, 시장 점유율이 90%대에서 50%대로 떨어진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인수 합병 승인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요기요 매각 후 인수 합병이 이뤄져도 배민이 약 59.7%(지난 9월 닐슨코리안클릭 월간 실이용자 기준)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기 때문에 시장 과점 문제는 여전하다. 또 DH가 배민 인수에 투자한 4조8000억 원을 회수하기 위해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부담을 돌리는 꼼수를 펼칠 수 있다. 인수합병 후 경쟁자가 없는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 눈치 보기도 없이 갑질해도 대응할 방법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이미 배민은 수익 구조 개편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고자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워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배민은 지난 4월 월 8만8000원이던 정액제 수수료를 매출액의 5.8%를 떼는 정률제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소비자의 불매 운동과 정부 지자체의 공공배달앱 추진 등 거센 반발 여론에 전면 백지화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배달료를 고객에게 부담시키거나 음식가격 인상, 음식량 줄이기 등으로 수수료 인상을 해결하고 있다. 결국 수수료 인상 등 배달앱 독과점 횡포가 소상공인에게 부담을 줄수록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는 "시장 독과점이 우려되는 사례인 만큼 두 회사의 합병을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며 "공정위는 조건부 승인이라 해도 급격한 시장변화를 몰고 올 이번 문제에 대해 소상공인 입장에서 신중하게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업 간 인수합병은 단순한 숫자 싸움이 아니다. 두 기업의 인수합병으로 배달업 종사자, 소상공인, 자영업자, 더 나아가 소비자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영향을 받을지 결국 그 숫자 안에 사람을 봐야 한다.

이에 공정위는 두 기업 결합의 당위성과 독과점 폐해를 면밀히 심사해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위한 합리적인 결론을 내야 할 것이다. 또, 인수합병을 승인한다면 일정 기간 수수료 인상을 금지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 마련과 꾸준한 감시·감독을 약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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