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도입 연기 및 FC 기본급 지급 제안 등 추진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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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방석현 기자] 대형 보험사의 보험설계사(FC)들이 구조조정 위기에 맞서 공동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잇달아 전속 설계사들을 자회사형 보험대리점(GA)에 귀속시키며 ‘제판분리’를 가속화 하고 있다. ‘제판(製販)분리’는 보험상품 개발과 판매조직의 분리를 말한다. 보험사 차원에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적용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 판매조직의 전문화를 내걸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11월 자회사형 GA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의 흡수 합병을 결정, 조직을 재정비해 나가기로 했다. 한화생명은 내년 초를 목표로 전속설계사 조직을 분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2만여명에 달하는 전속설계사들은 한화생명이 100% 보유한 법인보험대리점(GA)으로 소속이 바뀔 예정이다.

미래에셋생명도 채널혁신추진단을 출범하고 자사 전속 설계사 3300여 명을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해 제조와 판매 채널을 분리할 계획이라고 지난 1일 밝혔다. 현대해상의 경우 지난 10월 GA설립 검토를 위한 TF가 발족돼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전속 설계사들을 GA로 귀속시킬 경우, 고실적 FC들만 살아남게돼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갑 한화생명 노조 위원장은 “사측이 추진중인 전속설계사 조직 분사와 관련해 사측에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며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과 FC대상 쟁위 찬반 투표를 통해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만큼 회사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바로 쟁의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사 FC들은 연대를 통해 공동대응해 나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오는 2023년부터 도입되는 보험사들의 새 회계기준인 IFRS17의 도입을 연기하는 한편, FC들의 기본급 지급 도입 등 상생 방안을 찾아나간다는 것이다.

IFR 17은 원가로 평가하던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다. 보험부채는 고객에게 보험금을 돌려주기 위해 보험사가 쌓는 준비금이다. 그동안 국내 보험사들은 과거 보험 판매 시점의 원가로 보험부채를 평가해왔다. 

특히 IFRS 17이 도입되면 보험사들의 보험부채가 크게 늘어난다. 과거 상품판매 시점보다 현재의 금리가 낮기 때문이다. 과거엔 연 5% 이상 고금리 약정 상품 판매가 주를 이뤘다. 

이홍구 사무금융노조 교보생명 노조위원장은 “보험사들의 성장에 FC들이 지대한 역할을 하며 보험산업과 함께 성장해 왔는데 제판분리 등을 추진하며 FC들을 고용불안에 떨게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사측이 회사 전속 보험설계사들을 GA에 귀속시키는 행위는 전 보험업권에서 추진되고 있는 내용인 만큼 공동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서 IFRS17을 도입한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선 금리위험, 해약위험 등 관리를 위해 공동재보험을 활용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이를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은 제도 시행까지 남은 기간이 충분하지 않음을 고려해 부채구조조정 방안이 적시에 시행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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