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임에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낙점됐다. 변 내정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LH 사장 등을 지냈다. 변 내정자는 SH 사장 시절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을 주도하며 문재인 정부 공약사업인 도시재생 뉴딜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변 내정자에 둘러싼 정치권과 시장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정책에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일각에서는 변 내정자가 교통 분야 전문성이 부족하고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도덕성 논란이 일면서 변 내정자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변 내정자는 연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비롯해 재산 축소신고 의혹을 받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김은혜 의원(국민의 힘)은 변 내정자가 LH 사장 취임 이후 한국공간환경학회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변 내정자가 사장으로 재임한 1년 반 동안 이들과체결한 수의계약 총액은 36억 9700만원이다. 전임 박상우 사장의 경우 3년 동안 계약 총액은 17억 6650만원이다. 수의계약 총액이 217%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한국공간환경학회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등 현 정부 실세들이 대거 소속된 단체로 변 내정자도 이 학회에서 고문으로 활동했다.

아울러 변 내정자가 소유한 강남 아파트가 주변 주택들보다 낮은 가격대에 신고된 것이 드러나면서 연일 논란이다. 변 후보자는 지난 2006년 서울 서초구 방배동 현대오페라하우스(전용 129.73㎡)를 매입해 보유중인데 공직자 재산신고를 통해 이 주택을 5억 9000만원으로 신고했다. 해당 아파트는 한 동짜리 아파트로 최근 거래내역이 없어 정확한 시세 파악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부동산 업계에선 현재 10억원을 넘어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변 내정자가 소유한 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현대오페라하우스2차(전용 116.48㎡)는 지난해 7월 이미 8억 5000만원에 거래됐다.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도 있다. 변 내정자는 SH 사장 재임 당시 직원들의 정치 성향과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간부급 직원들을 평가한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받고 있다. 2017년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이 의혹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시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지만 여전히 미확인 상태다.

최근에는 세종대학교 교수 시절 수업을 하지 않고 5000여만원의 보수를 받았다는 의혹과 함께 변 내정자가 LH사장으로 재임할 당시 경남 진주에 위치한 본사 근무 일수가 월 평균 7.4일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변 내정자가 이변이 없는 한 장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청문회를 통과하지 않은 변 내정자에게 힘을 실어주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또한 국토교통위원회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많이 포진한 것을 고려하면 변 후보자가 가시밭길은 걷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 수장 자리는 오는 23일 다가올 청문회에서 결판난다.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24번의 대책을 내놨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집값은 수직상승하고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는 연일 하락하고 있다. 주택정책을 펼칠 수장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의혹 해소가 없다면 정부정책에 대한 믿음은 금이 갈 수밖에 없다. 여당과 야당이 모두 송곳검증을 공언한 만큼 변 내정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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