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영 사무금융노조 생명보험 업종 본부장

김일영 사무금융노조 생명보험업종 본부장.(사진-사무금융노조)
김일영 사무금융노조 생명보험업종 본부장.(사진-사무금융노조)

[일요경제 방석현 기자] “보험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제판분리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객이 보호 받을 수 없는 산업 구조 때문이다.”

김일영 사무금융노조 생명보험 업종 본부장이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형 생명보험사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판분리에 대해 보험설계사(FC)들의 고용불안감이 큰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일 자사형 GA(보험대리점)를 설립해 제판분리를 통한 판매조직의 전문화를 추진한다고 밝혔으며, 한화생명도 지난 11월 자사형 GA를 합친 후 FC들을 GA로 귀속시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취지임을 밝힌 바 있다.

김 본부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보험사들의 제판분리가 회사, 고객, FC 모두 얻을 수 있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보험계약자는 원보험사의 브랜드를 보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가입 이후 개인정보가 GA로 이동하는데 따라 또 다른 회사의 마케팅 정보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 보험계약자는 보상 등의 요구시 원보험사에 민원 등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판매조직 중심의 GA를 통한 보험계약자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특히 GA는 빠른 답변과 보상 등을 요구하는 보험계약자의 요구를 충족시킬만한 능력이 미비돼 있는 만큼 원보험사에 대한 민원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속설계사들로 인한 보험 민원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GA소속 설계사들에 대한 민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원보험사에 속한 전속 FC의 경우, 회사 상품에 대한 전문가라는 인식을 갖고 일하는 상황임에도 GA에 귀속될 경우 상품 판매 대리인에 불과해지기 때문에 일의 능률도 저하될 수 있다고 했다.

GA의 구조가 수당이 좋은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고객관리 보다는 판매에 매진할 수 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라고 했다. GA들이 대부분 판매에 주력하는 만큼 FC들에 대한 교육이나 처우개선 문제도 심각해질 수 있다고 김 본부장은 설명했다.

보험업종의 고질적인 문제인 FC들의 대규모 인력이탈로 인한 회사의 영업력 손실과 체계적인 인력관리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고 했다. 대형사의 브랜드를 보고 입사한 FC들이 GA로 중소기업화되는데 따른 신분 전환문제로 인해 대부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전속설계사들이 회사에서 사라질 경우, 영업전략 등 유관부서들의 정리해고가 명확한 상황인데도 그들의 안위를 보장해 준다는 회사의 해명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국민 고용보험 가입에 따른 보험사의 재정확보 차원에서 제판분리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험사, 설계사, 고객 모두에게 도움 않되는 무리한 제판분리 추진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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