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DH, 배민 얻으려면 요기요 팔아라...경쟁 유지하되 기업결합 시너지 기대"
DH “요기요 지분 모두 매각...내년 1분기 중 공정위 최종 승인 받겠다 ”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조아서 기자]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 인수를 위해 공정위가 제시한 요기요 매각 조건을 수용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DH가 자회사인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의 지분 100%를 6개월 내 제3자에 매각한다는 조건으로 딜리버리히어로(DH)와 우아한 형제들(우형)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DH는 독일계 글로벌 배달앱 사업자로 현재 한국에 자회사 DHK를 두고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DH는 지난해 12월 우형의 주식 약 88%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국내 배달앱 1·2위의 결합으로 생길 시장 독과점을 우려해 다각도로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우선, 두 회사의 점유율 합계가 2019년도 거래금액 기준 99.2%로 1위이고, 그 다음인 카카오 주문하기와의 격차가 25%p 이상으로 경쟁제한성이 추정 요건이 충족된다.

최근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전국시장을 기준으로 한 점유율은 아직 5% 미만이며 과거 5년간 5%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경쟁앱이 없었다는 점에서 다른 배달앱의 경쟁압력은 인정되지 않았다.

기업결합으로 음식점 수가 증가하면 주문밀도가 상승하여 배달시간이 단축되고 주문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 역시 라이더 1인당 배달량 증가로 인해 배달시간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는 이른바 혼잡효과 등을 고려해 수용되지 않았다.

이에 배달앱 시장에 할인 프로모션 경쟁을 하던 유력한 경쟁자가 제거되면서 소비자에 대한 쿠폰 할인 프로모션이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음식점 유치를 위한 수수료 할인경쟁이 축소되거나 기존 입점 음식점들에 대한 수수료를 인상할 가능성도 고려됐다.

또 배달앱 노출순위 조정, 프로모션 차등 등 경쟁제한적 방법으로 시장점유를 확대해 나갈 경우 다른 배달대행업체는 주문확보가 어려워져 시장에서 배제될 우려가 있다.

이같이 공정위가 두 기업의 결합을 심사한 결과, 음식점·소비자·배달원 등 배달앱 플랫폼이 매개하는 다면시장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전방위적으로 미치는 경쟁제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DH에게 DHK 지분 100%를 매각하는 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

DH는 시정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DH가 보유하고 있는 DHK 지분 전부를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한다. 다만 기간 내에 매각할 수 없을만한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될 경우 6개월 범위 내에서 그 기간의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또 매각대상인 ‘요기요’ 배달앱 서비스의 품질 등 경쟁력 저하를 방지하고 매각대상자산의 가치를 유지시키기 위해 DHK의 매각이 완료될 때까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했다. 배달앱 연결·접속 속도, 이용자 화면 구성, 제공 정보항목 등에 대한 변경을 금지한 것이다.

음식점에 적용하는 실질 수수료율 변경을 금하고 소비자 프로모션 금액도 매월 지난해 동월보다 많이 투입해야 한다. 요기요 배달원의 근무조건 등을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고 우형으로의 유도 또한 금지했다. 이제껏 모은 정보자산도 이전 및 공유할 수 없다.

이를 통해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의 경쟁관계는 유지하여 소비자 후생을 증진하고 혁신경쟁을 촉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DH와 우형간의 결합으로 DH의 기술력과 우형의 마케팅 능력의 결합 등 두 기업 간 시너지 효과 달성을 기대했다.

공정위는 "그동안 이번 기업결합을 새로운 거래유형인 플랫폼이라는 점과 음식점, 라이더 등 배달외식 분야의 여러 중소상공인과 배달음식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점을 감안해 면밀하면서도 공정하게 심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DH 측은 이날 자사 홈페이지 뉴스룸을 통해 이번 공정위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DH는“김봉진 창업자(우아한형제들 대표)를 식구로 맞이하게 돼 기쁘고, 그와 함께 아시아 전역에서 딜리버리히어로의 존재를 확장하고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DHK를 매각해야 하는 점은 안타까우며 그간 놀라운 고객 경험을 제공한 한국 팀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1분기 중 공정위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겠다”고 덧붙였다.

우아한형제들 측도 이번 결합을 계기로 책임있는 기업이 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이번 기업결합을 계기로 아시아 시장 개척에 최선을 다하고 국내 배민의 성공 경험을 발판으로 세계로 뻗어 나가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소비자와 음식점주, 라이더 모두에게 더 많은 혜택을 드리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책임 있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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