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결심공판서 징역 9년 구형…다음달 18일 선고 '촉각'
준법감시위원회 출범…형량에 얼마나 반영될지 주목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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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30일 마무리 된 가운데 재판과정에서 쟁점이 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이 양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심리로 30일 열린 이 부회장 등에 대한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은 선처를 호소했고, 재판부는 다음달 18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특검은 "우리나라 기업은 삼성과 삼성이 아닌 곳으로 나뉜다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가진 그룹"이라며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부정부패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 삼성의 위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농단 범행 과정에서 영향력이나 힘이 약한 다른 기업들보다 더 적극적이었고 쉽게 범죄를 저질렀으며 책임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 2017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1심에서 징역 5년을, 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8월 대법원은 뇌물액 50억여원을 추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을 이어받은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첫 공판을 열고 이 부회장에게 삼성그룹이 다시 같은 유형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며 이 부회장에게 3가지를 당부했다.

3가지 당부 사항은 △고(故)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에 버금가는 과감한 혁신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재벌 체제의 폐해 시정 등이었다.

이 같은 주문에 따라 삼성은 올해 1월 준법감시위를 출범시켰고, 재판부는 준법감시위가 실질적으로 잘 운영되는지를 살펴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특검이 반발하며 재판부 변경을 요청했으나 지난 9월 대법원이 특검의 기피신청을 기각하며 올해 10월 파기환송심 재판이 재개됐다.

이 부회장 측은 준법감시위의 지속가능성과 실효성이 확인됐다며 이를 양형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준법위를 통한 준법경영 안착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재판 과정에서 삼성과 저를 외부에서 지켜보는 준법위가 생겼다"라며 "준법문화라는 토양 위에서 법률적 검토를 거듭해 의사결정을 해야 궁극적으로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준법위가 본연의 역할을 하는 데 부족함 없도록 뒷받침하고,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 투명성과 도덕성 갖춘 회사로 만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준법위 설립 이후 달라진 경영 시스템, 조직 문화에 관해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라며 "어렵고 힘들더라도 반드시 정도를 걸어가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특검측은 위원회 활동은 감경요소 중 하나일 뿐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게 하는 장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권고형량범위는 징역 5년~16년5월인데,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이 인정되더라도 양형 구간 산정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실효성 여부를 빌미로 양형구간을 벗어나는 건 위헌·위법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의 실효성, 이를 양형 조건으로 고려할지 여부와 어느 정도로 고려할지 등에 대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사실상 준법감시위 실효성 여부가 이 부회장의 형량을 결정짓는 열쇠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각계 안팎의 중론이다.

다만 준법감시위를 근거로 이 부회장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다면 재판부로서는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실제 형량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특히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준법감시위가 양형에 반영되는 게 부당하다며 재판부 기피를 신청하는 등 강하게 반발해왔다.

특검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도 준법감시위 출범과 파기환송심 재판 진행을 두고 '봐주기 판결'이라고 잇따라 비판했다. 준법감시위가 국정을 농단한 이 부회장의 범죄 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 부회장이 내년 1월 파기환송심 선고 재판을 앞둔 가운데 재계에서는 장기간 이어진 이 부회장과 삼성의 '사법 리스크'에 따른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는 시선이 나온다. 실제 검찰 수사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지난 2017년 4월 7일 치러진 1심 첫 공판 이후 지금까지 국정농단 재판에 발목을 잡힌 기간만 햇수로 4년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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