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방석현 기자] “(현 시점은)회사의 미래를 우리가 직접 선택해야 할 때이며, 회사가 갖는 월등한 조직력과 영업경쟁력을 바탕으로 가장 먼저 판매전문회사를 설립해 시장을 선도하자”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가 지난 24일 사내 방송을 통해 회사가 추진중인 제판분리(보험상품 개발과 판매조직 분리)의 이유를 밝히며 그 비전으로 “FP(보험설계사)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로 탈바꿈하고, 규모와 시스템, 지원제도까지 3박자가 갖춰진 곳에서 외부 FP들이 직접 찾아오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제시했다.

앞서 한화생명은 오는 4월 자사형 GA(보험대리점)인 (가칭)한화생명금융서비스로 회사를 분할하고, 소속 FP들을 이관시켜 전문 판매조직화에 나서기로 공표한 상태.

여 대표는 특히 판매전문회사 설립 후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시장을 선점하고 확장하는 1등 전략을 추구하는 회사에 인력축소는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인력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일축했다.

보험업계에서 임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가장 많은 편에 속하는 미래에셋생명도 자사 전속 설계사 3300여 명을 자사형 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해 제판분리를 추진 중이다.

보험업계는 제판분리 추진에 대해 고객과 보험설계사, 회사 모두가 동반성장하기 위한 것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한화생명은 국내에서 보험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시장 점유율도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여 대표의 비전제시에도 FP들의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감이 불식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특수한 업무형태에 있다.

어떤 업권에서나 마찬가지이지만 보험설계사도 저실적 및 고실적을 올리는 집단으로 양극화돼 있다. 이 와중에 이들을 판매전문조직으로 만들어버리면, 자연히 저실적 설계사들은 구조조정 될 수밖에 없다. 판매전문회사에 속한 보험설계사들은 실적위주의 마케팅 전략을 짤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또한 높아질 수 있으며, 해당 보험사의 보험민원도 늘어날 수 있다.

보험산업은 대표적인 푸시마켓이다. 스마트한 소비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소비자들은 보험설계사들의 권유에 의해서 상품을 가입하거나 상담받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보험회사들이 보험설계사들과 동반성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강지처를 버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보험산업의 디지털화를 앞당겼으며,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이슈와 함께 새 회계기준인 IFRS-17로 인해 보험사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음은 알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와 동고동락해 온 보험설계사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디지털화에 대응하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길이라고 본다. 인사는 만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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