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건설업계가 우려하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지난 8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한건설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관련 16개 협회로 구성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련)는 법률안이 통과되자 입장문을 발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대재해법이란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감독과 인허가 권한을 가진 법인과 기관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다. 경영책임자나 사업주 형사처벌을 통해 기업의 안전 관련 투자를 유인하겠다는 취지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상 및 질병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게 된다.

또한, 감독의무를 위반한 법인이나 기관은 사망사고의 경우 ‘50억원 이하의 벌금’, 부상 및 질병의 경우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건설업계는 처벌 대상과 수위가 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줄이려는 취지에 공감하나 처벌이 과도하고 예방기준도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중대재해법 제정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은 건설노동자들에게 꼭 필요한 법이다. 업종 특성상 현장에서 사고가 잦은 데다 사고가 일어나면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 산업재해(산재) 사고 사망자는 855명, 이 가운데 건설 노동자 사망자는 42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9월 말 기준으로 전체 사망사고 661명 중 349명이 건설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4월 남이천물류센터 냉동·냉장 물류창고 신축 현장 화재사고는 38명이 사망해 많은 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사고 현장에는 안전관리자도 배치돼 있지 않았고 상황전파 등 재해발생 시 비상대응체계도 작동하지 않았다. 인재사고였던 것이다.

최근에도 경기 파주시 탄현면 문화 및 집회 시설 건설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A씨가 볼트를 가지러 가던 중 굴착면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서울 성북구 아파트 외벽도장공사 현장에 노동자 B씨는 아파트 외벽에서 달비계를 타고 외벽도장 작업을 하던 중 떨어져 사망했다. 

매년 반복되는 끔찍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중대재해법이 필요하다. 지난 수십년간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어달라는 노동자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경영진들은 귀를 닫고 있었다. 사망사고 등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마지못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공수표'만 남발했다. 국민들이 최고 경영자 처벌을 원하는 것은 '자업자득'이다

건설업계는 중대재해법이 부당하다고 반발하기보다 매년 건설현장에서 4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껴야한다. 노동자가 있어야 기업도 있다. 중대재해법을 통해 안전한 환경을 마련해 달라는 노동자들의 외침이 더이상 묵살 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