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20일 국내 최초로 발생한 이후 급속히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경제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이 일상화된 가운데 금융산업을 비롯, 백화점, 면세점, 항공업계 등이 큰 타격을 받았다. 또 정유, 철강 등 전통 제조업종은 수요 급감의 직격탄을 맞았다. 자동차 업종 역시 사업장 가동 중단, 수요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정보통신기술(ICT), 온라인 유통업체, 게임업계, 플랫폼 기업은 오히려 코로나 특수를 누리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 코로나19 발생 1년을 맞아 주요 산업의 변화상을 진단했다. <편집자 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산업계는 전례 없는 큰 타격을 입었다. 자동차산업은 코로나19로 셧다운되는 상황에서도 미래차 전환 가속화 페달을 밟았다. 항공산업은 주 수익원인 여객사업이 하늘길이 끊기면서 불황이 지속됐다. 반면 물류업계는 ‘언택트(Untact)’ 문화가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으면서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자동차산업, 수출 절벽 속 미래차 선도 포석 마련

자동차산업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완성차 공장의 '셧다운' 후폭풍을 맞았다. 중국산 부품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며 연쇄 셧다운이 발생한 데 이어 미국·유럽에서 속속 공장이 멈춰서면서 생산 활동 중단이 계속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보호무역조치와 자국우선주의 기조까지 더해지며 자동차 수출은 어려움을 겪었다.

완성차업계는 글로벌 락다운(이동제한 조치)로 수출 직격탄을 맞아 이를 만회하기 위해 내수시장에 집중했다. 특히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과 함께 신차를 잇따라 선보이며 위기 극복에 나섰다.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를 대비해 유동성 확보에 주력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올해 중간배당을 포기하는 등 대다수 기업은 고정비 감축 등 비용 절감에 나서거나 회사채 발행을 늘리는 등 유동성 확보에 집중했다.

반면에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내연기관의 전동화를 추진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패러다임 전환속도가 더욱 가속화됐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차를 위주로 경기부양책이 발표됐고 이런 시장의 니즈에 맞춰 업체들이 빠른 체질개선을 단행한 결과다. 특히 무인생산, 전동화, 탄소배출권 판매 등 코로나시대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테슬라는 날개달린 듯 성장했다. 국내 역시 다양한 전동화 모델과 함께 순수전기차 등 친환경차들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항공업계, 전례없는 위기…지각변동 예고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전 세계를 오가던 비행기들이 격납고에 묶여 있는 처지가 됐다. 항공업 특성상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인건비 등 고정비가 큰 산업이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데 매달 불어나는 고정비로 항공업계는 도산을 우려해야 할 처지가 됐다.

저조한 여객수요는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됐고 항공사들은 적자를 최소화 하기 위해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장거리 노선을 활용한 '화물수송사업 확대'로 눈을 돌렸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긴급 방역 물량이 늘어나면서 항공 화물 운임이 상승하고 있는 점을 활용해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양사는 화물 사업에 집중하면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반도체, 자동차 부품 등 전통적 항공 화물이 받쳐주는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이 반복되면서 긴급 방역물자 등 화물 수요가 견조했던 덕이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이 생산·보급되면 화물 운임이 급등해 '화물 효과'는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계절적 성수기 돌입과 더불어 해외여행 포기에 따른 연말 보복성 소비 증가로 화물 수요는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단거리 노선에 치중돼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은 FSC만큼 화물운송이 활성화돼 있지 않아 국내선 확대에 초점을 뒀다. 이에 적극적으로 국내 신규노선 확대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한정적인 국내노선에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티웨이항공, 플라이강원 등 LCC들이 과도하게 많았던 탓에 저가 출혈경쟁으로 이어져 결국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국토 면적과 공항 및 노선 수에 비해 항공사들이 지나치게 많아 치열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의견들이 지속 제기되면서 항공사 구조개편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다 올해 유례없던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항공산업 재편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지난해 보잉 737 맥스 사태, 일본 불매 운동으로 직격탄을 입은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매물로 나왔다. 제주항공이 인수를 결정하며 한숨 돌리는 듯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인수합병(M&A)은 결국 무산됐다. 이스타항공은 딜 무산 이후 창업주 이상직 의원 관련 논란과 각종 법정 분쟁에 휘말리며 재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항공업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딜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양사 통합과 더불어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3개 LCC의 통합을 골자로 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전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국적항공사가 출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19사태가 종결되면 항공운송 시장은 상위 업체 위주로 재편되며 생존한 업체들의 영업이익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류업계, ‘비대면 소비’ 급증에 불붙은 ‘배송전쟁’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택배시장은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다. 물량은 거리두기 강화 단계가 올라감에 따라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습 보였다.

국내 주요 유통사들은 물류 인프라를 강화하고 배송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각자만의 전략으로 늘어난 배송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해를 보냈다.이러한 상승세는 상당기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e-커머스 소비층이 구조적으로 확대되면서 식품, 생필품 등 반복 구매를 요구하는 시장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온라인 소비자들의 '비대면 쇼핑'을 가능케 하는 연결 고리인 물류·택배 현장의 열악함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지목됐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 도입된 심야 배송과 새벽 배송이 택배 기사와 물류센터 직원들의 과부하를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들어 사망한 택배 노동자만 16명에 달하며 감염을 막기 어려울 정도로 현장 환경이 열악하다는 노동자들의 증언도 줄을 이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자 주요 이커머스에서는 주문 폭주에 따른 배송 지연 등 동시다발적인 배송 대란이 일어났다. 택배물량이 급증하면서 택배기사 과로사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업계와 정부는 부랴부랴 택배노동자 처우 개선 대책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택배노동자의 열악한 현장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택배업계는 연이은 택배기사 과로사 이후 산재보험 가입, 분류인력 투입, 터미널 자동화로 분류작업 축소, 건강검진 등 택배기사 보호대책을 일제히 내놓았지만, 노사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산업은 코로나19 이후 가파르게 성장한 반면 여전히 택배기사의 근무환경은 악순환을 겪고 있다”며 “택배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택배시스템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비정상적인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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