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영등포구 스마트슈퍼 2호점 나들가게(사진-일요경제)
서울시 영등포구 스마트슈퍼 2호점 나들가게(사진-일요경제)

[일요경제 조아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면서 유통업계도 무인점포를 늘리는 등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낮에 유인,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혼합형 '스마트슈퍼'로 변신한 동네 슈퍼가 있다.

지난 13일 기자가 찾아간 서울시 영등포구 스마트슈퍼 '나들가게'. 이 가게는 지난해 11월 출입인증장치, 셀프계산대, CCTV 등을 도입해 심야 무인판매가 가능한 점포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스마트슈퍼 시범사업'에 2호점으로 선정돼 개장한 곳이다. 중기부는 지난해 비대면 소비 확대 등 유통환경 변화에 따른 동네슈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마트슈퍼 시범사업을 도입했다.

이제껏 동네슈퍼는 낮엔 근거리 소매점으로 편의점과 상권 경쟁을 하지만 대부분 가족경영인 동네슈퍼 사정상 야간엔 편의점의 독주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심야·주말에도 운영하는 편의점을 편의성과 접근성 측면에서 이기기 어려웠다.

이창엽 나들가게 운영자는 "원래라면 매출이 없을 야간과 주말에도 부가적인 수입이 생기는 점이 무인점포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동네슈퍼가 24시간 운영된다면 상권을 공유하는 편의점과 경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시 동작구에 개장한 스마트슈퍼 1호점은 하루 평균 매출이 32.6%, 2호점(나들가게)은 8%가량 증가했다.

이에 따라 중기부는 앞으로 연간 800개, 2025년까지 4000개의 스마트슈퍼 육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매출뿐만 아니라 운영 시간 동안 활동에도 제한이 줄었다. 2호점을 혼자 운영하는 이 씨는 "스마트슈퍼 도입 이전에는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어 불편했지만, 현재는 원하는 시간에 무인시스템을 켜고 외출할 수 있어 편하다"며 "주말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가게도 운영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셀프 계산대는 무인(사진-일요경제)
셀프 계산대는 운영시간 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사진-일요경제)

또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도, 비대면 이용을 원하는 손님도 언제든지 무인계산기를 이용할 수 있어 고객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유인점포 시간에도 무인 계산기를 이용한 나들가게 손님 A씨는 "코로나가 심해 비대면으로 슈퍼를 이용하고 싶어 무인계산기를 이용했다"며 "무인 시스템은 코로나 시대에 손님에게 필요한 선택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무인점포 늘리기가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보안이다. 최근 무인점포가 절도 범죄의 표적이 되면서 인건비를 아끼고자 선택한 무인시스템이 오히려 소상공인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이 씨는 "무인점포로 매장 시스템을 설정하면 계산대 안으로 들어오려는 움직임은 감지가 돼 경고 알람이 오지만 그 외에는 나중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도난이나 소란이 발생해도 바로 알 수가 없다"며 "손님이 출입하면 알람이 오는 식으로 시스템 보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입 인증기(사진-일요경제)
출입 인증기(사진-일요경제)

신용카드, 교통카드 등으로 인증하고 출입하는 시스템도 노인, 아동, 취약계층의 이용 편의를 배제한다는 점에서 개선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심야에 운영되지만 성인 인증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아 술과 담배와 같은 물품은 팔 수 없다. 통상 편의점 등 소매점의 술·담배 매출은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특히, 동네 거점 소매점의 야간 매출은 술과 담배가 주를 이루는 만큼 매출 증가를 위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이 씨는 "무인시스템일 땐 담배 매대 앞에 스크린(차단막)이 쳐져서 손님들이 구입할 수 없게 된다"며 "무인으로 운영될 때도 담배나 술을 팔 수 있도록 개선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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