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감시위, 실효성 기준 충족 못해…법정 구속 불가피
전경련 "이번 판결로 한국경제 전체에도 악영향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계에서는 국내 1위 기업의 총수 부재 사태가 현실화되면서 '뉴삼성'의 제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18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선고로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측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회삿돈으로 뇌물 86억8천만원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는 2019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판결의 취지를 따른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서 실형과 집행유예를 결정하는 최종 변수였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에 대해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에서 양형 조건에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또다시 '총수 부재' 사태를 맞게 됐다. 2018년 2월 재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약 3년 만이다.

이번 선고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변호인의 입장 외의 별도의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론을 맡은 이인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재구속되자 유감을 표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그런 점을 고려해볼 때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부정한 재판부의 판단과 재상고 여부에 관련해서는 "판결을 검토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회사의 운명을 책임질 총수가 다시 구속되면서 삼성전자의 경영차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삼성이 '뉴삼성'으로 발전을 꾀하던 시점에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게 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재판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실형을 선고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상근 전경련 전무는 "이재용 부회장은 코로나발(發) 경제 위기 속에서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진두지휘하며 한국경제를 지탱하는데 일조해 왔는데 구속판결이 나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배 전무는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는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부디 삼성이 이번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 지속 성장의 길을 걸어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