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엔씨소프트·기아·한국앤컴퍼니 사명변경 추진
제한적 사업영역 버리고 사업확장 의지 표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사진-각 사)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사진-각 사)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재계가 기존 사업부문을 넘어 신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사명 변경' 바람이 불고 있다. 회사 이름이 사업영역을 제한적으로 나타낸다는 인식에 과감한 사명 변경으로 새로운 미래 비전을 보여주거나 사업 영역 확장에 대한 포부를 내비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사명 변경을 추진이 유력한 기업으로는 SK텔레콤, 엔씨소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기아와 한국앤컴퍼니는 최근 사명을 변경했다.

SK텔레콤, 脫통신 속도…빅테크 기업으로 변모

SK는 지난해부터 낡은 이름을 바꾸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사명 변경을 추진해왔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존 사명으로는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최태원 SK 회장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은 사명에 ‘화학’ ‘에너지’ ‘텔레콤’ 등을 붙이면 기업 이미지가 특정 업종으로 제한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현재 SK텔레콤, SK종합화학, SK E&S, SK브로드밴드 등이 주요 후보군이다.

특히 SK텔레콤의 경우 일찍이 사명 변경을 예고한 상태다. 탈(脫)통신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SK텔레콤은 기존 이동통신(MNO)을 넘어 미디어·커머스·보안 등 뉴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에도 몰두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정체성에 걸맞는 사명 변경을 고민중이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으나 ‘SK하이퍼커넥터’, ‘T 스퀘어’, ‘SK투모로우’, ‘SK테크놀로지’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사명 변경을 통해 주력 사업인 통신 서비스의 영역을 뛰어넘어 AI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빅테크 기업으로 진화하는 체질 개선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엔씨소프트, 윤송이 CSO 주도 리브랜딩

게임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사명 변경이 화두다. 엔씨소프트는 이미 지난해 9월 '엔씨'로 상호 변경을 위한 가등기를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했다.

엔씨소프트는 앞서 지난해 1월 CI(기업 이미지) 변경을 통해 기존 ‘엔씨소프트(NCSOFT)’에서 ‘소프트(SOFT)’를 빼고 ‘엔씨(NC)’만 있는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리브랜딩 작업 배경에는 김택진 대표의 아내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있다. 지난달에는 윤 CSO 주도아래 기존 회사 미션인 ‘즐거움으로 연결된 새로운 세상’을 새로운 사명 ‘푸시, 플레이(PUSH, PLAY)’로 변경했다.

윤 CSO는 브랜드 담당 조직을 이끌고 있다. 윤 CSO는 지난해 CI를 바꾼 후 창원NC파크, 판교 사옥(R&D센터), 웹사이트 및 소셜미디어(SNS) 등을 리모델링하며, 엔씨가 이용자에게 전하는 전반적인 브랜드 경험을 재정비하고 있다.

단순히 기업에 대한 정보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엔씨만의 차별화된 가치가 효과적으로 잘 드러날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사업을 넘어 금융과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AI 사업은 윤 CSO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부터 AI 연구를 시작해 현재 AI 센터와 NLP 센터 산하에 5개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전문 연구인력은 200명에 달한다. AI 연구성과를 활용해 최근 금융과 미디어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아, ‘자동차’ 떼고 ‘모빌리티’ 기업 탈바꿈

기아자동차는 지난 15일 사명에서 ‘자동차’를 빼고 ‘기아(KIA)’로 새출발을 시작했다.

기아는 새로운 사명을 선보이며 기존 제조업 중심 비지니스 모델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기존 명칭인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를 제거한 '기아'로 거듭남으로써, 혁신적인 모빌리티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고객들의 삶에 가치를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기아의 새로운 브랜드 지향점과 슬로건으로는 ‘Movement that inspires’를 제시했다. 사람들은 기존의 위치에서 이동하고 움직임으로써 새로운 곳을 찾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하며 영감(Inspiration)을 얻는다는 점을 슬로건에 담았다는 게 기아의 설명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기아 브랜드의 변화는 단순하게 이름과 로고를 바꾸는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의 확장을 의미한다"며 "전 세계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 '한국앤컴퍼니'로 또 간판 교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은 최근 사명을 '한국앤컴퍼니’로 변경했다. 새로운 사명으로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지속 성장을 실현해 나가겠다는 그룹의 장기적 비전과 의지가 담겼다.

또한 기업 브랜드인 ‘한국(HANKOOK)’을 사명에 반영해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통합 브랜드 체계를 갖춰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명 변경은 코스닥 상장사인 동명의 업체 한국테크놀로지가 한국타이어의 사명 변경을 두고 상호 관련 소송을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다만 한국앤컴퍼니는 법적 절차가 마무리 된 것이 아닌 만큼 사명 변경과 별개로 항고 등 법적 절차는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국앤컴퍼니는 3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하면서 첨단기술 기반의 혁신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9년 5월 주력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와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앤월드와이드의 사명을 각각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변경한 바 있다. 사명 변경 2년여만에 또 다시 변경을 추진 한 것이다.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CJ ENM, 교촌 에프앤비, DL(사진-각 사)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CJ ENM, 교촌에프앤비, DL(사진-각 사)

낡은 CI 변경…새로운 기업이미지로 브랜드 재정비

사명 변경 뿐 아니라 CI교체를 통해 브랜드를 재정비하는 기업들도 적지않다.

국내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에프앤비는 19일 글로벌 종합 식품외식그룹의 비전을 담아 새로운 CI를 선보였다.

교촌은 기업철학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도전과 성장의 의미를 새 CI에 담아 미래를 향한 기업 가치 제고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은 CJ ENM은 독창적인 IP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콘텐츠 기업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CI를 개편하고 브랜드 재정비에 나섰다.

CI 리뉴얼은 CJ ENM이 보유한 방대한 양의 오리지널 IP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사업분야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를 높이려는 취지로 단행됐다. 이는 구 사명에서 벗어나 CJ ENM이라는 하나의 통합 브랜드로 확고히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한다는 의지 표명이기도 하다.

새해부터 지주사 체제로 공식 출범한 대림도 그룹 명칭을 'DL'로 변경하고 새 CI를 공개했다.

DL은 건설과 석유화학, 에너지 등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각 분야별로 글로벌 디벨로퍼로 도약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대림산업 건설사업부는 DL이앤씨(DL E&C), 석유화학사업부는 DL케미칼(DL Chemical)로 분할됐다. 계열사인 대림에너지, 대림에프엔씨, 대림자동차도 각각 DL에너지(DL Energy), DL에프엔씨(DL FnC), DL모터스(DL Motors)로 사명을 변경했다. DL은 새로운 CI와 사명을 통해 그룹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를 통해 삶의 가치를 높이는 디벨로퍼로 도약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