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원배일리 분양가 역대 최고 갱신, 취지 무색
로또 청약 부추기는 문제점도
전문가들 “채권입찰제 도입해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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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도입한 분양가 상한제가 되레 분양가 상승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분양가상한제가 유명무실(有名無實)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채권입찰제 도입 등 분양가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2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래미안 원배일리’의 분양가가 최근 3.3㎡ 당 평균 5668만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지난해 7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산정한 일반 분양가 4891만원과 비교하면 16%가량 높은 수준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2019년 11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지역의 분양가는 HUG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분양가보다 5%~10%, 주변 시세보다는 평균 20%~30% 낮은 가격으로 분양가가 책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의 예상과 달리 분양가상한제 적용 이후 분양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업계에선 공시지가 현실화를 위해 대폭 끌어올렸던 공시지가가 분양가 상한제를 무력화시킨 원인으로 보고 있다. 공시지가가 분양가 산정에 중요한 요소인 택지비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사업지의 분양가는 해당 사업지에 대한 택지비와 건축비, 가산비를 더해 산출한 것을 바탕으로 지자체의 분양가심사위원회가 최종 결정한다. 이번 서초구청에서 발표한 원베일리의 분양가도 이 같은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공시지가 상승이 분양가 상승을 초래했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지비 감정표가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초로 산정하되, 객관적인 시장가치를 감안해 보정하므로 공시지가 현실화율과 택지비 감정평가액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며 “공시자가 현실화율 제고로 인해 분양가 상승을 초래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정부입장과 반대로 전문가들은 공시지가 상승과 분양가 상승이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사업장의 분양가는 택지비와 건축비 등을 합산해 산정하는데 공시지가는 택지비를 감정 평가하는 주요한 요소”라며 “공시지가가 오르면 택지비도 올라 분양가도 상승한다“고 말했다.

이동헌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분양가 상정에 공시지가가 반영되기 때문에 공시지가가 상승하면 분양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분양가상한제 무력화와 더불어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급이 적은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자 수요자들이 시세차익에 집중하며 로또 아파트를 찾아 청약하는 묻지마 청약으로 인해 청약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가입자는 약 2722만 5000명으로 2019년 12월 2550만 7354명과 비교해 171만명 이상 급증했다.

이와 관련해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과하게 적용한 것이 청약 과열에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며 “청약 과열 수요를 진정시킬 만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약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주택채권입찰제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채권입찰제는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낮아 시세 차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청약자에게 제2종 국민주택채권을 구입하게 해 시세 차익 일부를 환수하는 제도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채권입찰제로 시세차익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면 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채권입찰제를 도입하면 제값을 주고 주택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투기 수요가 빠지게 돼 실수요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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