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조아서 기자] 다음달 내수 활성화와 골목 상권 살리기라는 명분을 내걸고 임시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이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642만 소상공인의 지지를 얻지못하고 ‘규제를 위한 규제’라는 강도 높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대형마트 규제에 이어 식자재마트, 복합쇼핑몰 등까지 의무휴업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2012년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 휴업 도입 이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매출에 피해를 끼치는 것은 대형마트뿐 아니라 인근 복합쇼핑몰과 식자재마트와 같은 중형급 마트도 포함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소·중·대 규모 관계없이 힘든 시기를 보낸 유통업계에 이 같은 규제 강화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의장 역시 2021년 신년사를 통해 “과도한 규제보다 자율 규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선진적인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엄격한 잣대보다 자율 규범이 형성될 수 있도록 격려해 달라”고 말했다. 이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까지 겹친 현시점에서 규제는 또 다른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가 최근 대형마트 등에 대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58.3%의 소비자가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하거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의무휴업 일수 확대 등 규제강화로 응답한 소비자는 11.6%에 그쳤다.

또 공휴일에 집 근처 대형마트가 영업을 하지 않을 경우 생필품 구매를 위해 전통시장을 방문한 소비자는 8.3%에 불과했다. 59.5%의 소비자는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을 방문할 때 입점 점포 및 주변상가를 동시에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에 따른 전통시장 보호 효과는 크지 않다”며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에 대한 영업규제가 입점 소상공인과 주변 상가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대형마트 의무 휴업이 오히려 유통시장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기는 데 힘을 실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대형마트 등에 대한 영업규제가 도입된 2012년과 지난 2019년의 업태별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2.6%p), 슈퍼마켓(-1.5%p), 중소유통 등이 포함된 전문소매점(-11.4%p)의 시장점유율은 동반 하락했다. 

반면 온라인 유통은 9.1%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온·오프라인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전통시장과 골목시장의 적을 대형마트, 백화점으로 규정하는 것은 소상공인과 대기업으로 구분 짓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대형마트 규제는 소상공인 입점업체, 용역업체 등 대형마트에 관계된 직간접 고용뿐만 아니라 주변 상권의 직간접 고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영향이 더해져 유통업계의 주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대형마트 폐점으로 지난 한해에만 약 687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 이상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계 규제에만 목숨 걸 때가 아니라 오히려 전통시장의 개발, 발전을 통한 시장 경쟁력 확보가 결국 실현되어야 할 때이다.

한무경 국민의 힘 의원은 “소비자의 소비 행태는 과거와 달리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으므로 그에 맞춰 관련 정책도 진화해 나가야 한다”며 “소비자의 니즈에 따른 온라인의 급성장으로 인해 전통시장 및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과거와 같은 규제강화 방식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대기업이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시장 경제에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는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공정이란 단어에 매몰돼 모두에게 제한을 두는 하향평준화가 아닌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유통산업 “발전” 법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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