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푸른역사)
(사진=푸른역사)

[일요경제] 조선은 기록의 나라였다. 왕조와 국가 운영에 관한 촘촘한 기록들은 조선을 지탱한 국가적 시스템이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이 이를 웅변한다. 당연히 이런 ‘국가 기록’들은 역사학 연구의 핵심 자료가 된다. 한데 이것들만으로는 역사를 제대로 그리는 데 한계가 있다. 거대사.제도사 속에 묻혀 있던 개인의 가치, 일상의 삶을 입체적으로 되살리기 위해 미시사, 생활사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조선의 유학자들은 숱한 일기를 남겼다. 생활일기는 물론 서원을 세우는 영건일기, 관직일기, 여행.전쟁 일기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심지어 유배일기도 있다.

이 책은 조선의 유학자들이 쓴 20권의 일기에서 ‘조선의 일상’을 길어낸 것이다. 조선 사람들의 ‘육성’을 통해 역사책이 놓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옛사람들의 지혜에 놀라고, ‘예나 지금이나’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게 된다. 한마디로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달달 외우던 ‘죽은 역사’가 아닌 ‘살아 숨쉬는’ 흥미로운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책은 일기가 다룬 소재에 따라 국가·공동체·개인 3부로 나뉜다. 이 중 1부 조선이라는 '국가'에 살았던 사람들을 보면 '이렇게 정비된 제도가 ……'하고 놀랄 만한 내용이 여럿 실렸다. 그런가 하면 가진 자들의 꼼수, 횡포를 꼬집는 이야기도 여럿 나온다. 3부 조선 사람들의 '개인'으로 살기에는 '역사'에서는 만날 수 없는 선인들의 희로애락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