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거부권 행사 시한 60일내 양사 합의할 가능성↑
합의금 규모 이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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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이 LG가 승기를 잡은 것으로 일단락 된 가운데 양사가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0일 최종결정 이후 SK이노베이션에게 '진정성 있는 태도'를 요구하며 "최종 결정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소송을 계속 소모전으로 끌고 가는 모든 책임이 전적으로 경쟁사에게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에 나선 상태다.

양사가 향후 진행하게 될 협상에서도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양사는 2년여간 소송을 진행하며 여러차례 합의에 대해 논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앞서 지난 10일(현지시간) ITC는 최종결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리튬이온배터리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인정하며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일부 리튬이온배터리 배터리셀, 모듈, 팩 및 관련 부품 소재 등의 미국 내 수입을 10년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배터리 원자재 수입도 막히면서 SK가 3조 원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짓는 배터리 1·2 공장의 가동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이번 결정은 대통령 심의 기간인 60일 동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발효된다. SK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폭스바겐과 포드는 대체 공급처를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리면서 양 사 합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규모 일자리 손실이 우려되는 조지아주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도 지난 12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SK이노베이션은 ITC 결정 직후 입장문을 통해 “이후의 절차를 통해 이번 결정을 바로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편 ITC의 판결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항소 등 정해진 절차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 진실을 가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합리적인 조건 하에서라면 SK이노베이션은 언제든 합의를 위한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소송을 조기에 종료하고 산업 생태계 발전 및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SK이노베이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2차전지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친환경 우선 정책과 더불어 고용창출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고 50억 달러를 투자한 공장 건설로 최대 6000여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만약 공장이 중도에 가동을 중단하면 피해는 단순히 SK에 국한되지 않고 조지아 전체, 나아가 미국 경제와 사회에까지 미칠 수밖에 없음을 적극 전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치권과 폭스바겐 등 고객사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이 건설 중인 조지아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ITC 분쟁 판정 결과를 뒤집어달라고 요청했다.

폭스바겐도 12일 성명을 발표하고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를 최소 4년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며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도 양사의 합의를 촉구했다.

합의금 금액 관건…“SK 태도에 달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SK이노베이션은 항소도 가능하다.

하지만 항소를 하더라도 수입금지 조치 등 ITC 판결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돼 항소 기간 동안 SK는 이런 손해를 그대로 안고 가야 한다. 또한 항소에서 패소할 경우 SK는 LG와의 협상에서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한웅재 LG에너지솔루션 법무실장(전무)은 지난 11일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SK이노베이션의 기술 탈취 및 사용에 따른 LG에너지솔루션의 피해는 미국 지역에만 한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럽이나 한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있고 다른 지역에서 소송 진행 여부는 기본적으로 SK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이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양사간 합의 가능성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뿐 아니라 유럽 및 한국 등에서 발생한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피해에 대해 최대 200%에 달하는 징벌적 배상금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장기 사업에서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어 60일내 합의 가능성이 높다"며 "최악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는다면 폭스바겐과 포드에 대해 패널티를 지불해야 함과 동시에 중장기 사업 및 수주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합의에 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 합의금 규모에 대한 양사의 입장차가 컸던 만큼 격차를 좁히는 과정에서의 진통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많게는 3조원 가량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해 SK이노베이션은 1조원 미만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연구원은 “합의금 지급 방식이나 형태, 현금이 될지, 로열티가 될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옵션이 가능하며 이에 따른 재무적∙사업적 영향 역시 달라질 수 있어,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합의를 위해서는 SK이노베이션이 ITC 판결 결과인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해야 하나, 현재 SK이노베이션은 ITC가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합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업 비밀 침해 소송에서 승리한 LG와 패배한 SK의 주가 향방 또한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LG화학은 전 거래일보다 3.13% 오른 99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4.22% 내린 28만4000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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