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사회적 합의기구, 17일 2차 합의 위한 논의
온라인 쇼핑몰 '백마진' 등 거래구조 개선 화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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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 우여곡절 끝에 분류작업 인력 투입 등의 합의를 이뤄낸 택배노사가 2라운드에 돌입했다. 택배비와 택배요금 거래구조 개선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만큼 최종 합의까지 또 한 번의 치열한 갈등이 예상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이날 국회에서 2차 합의를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이는 지난달 택배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원인으로 지목되는 분류작업 문제를 전담인력 투입 등 택배사의 책임으로 하는 1차 합의에 이어 나머지 쟁점의 구체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다.

2차 회의에서는 택배비 및 택배요금 거래구조 개선 등의 문제를 다룬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택배 기사 처우 개선 요구가 커지면서 택배비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최근 온라인 쇼핑 시장의 확대로 택배 물량은 증가하는 반면, 택배비는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택배사는 노조의 요구대로 노동 강도를 낮추면서 택배기사들에게 일정 수입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택배비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분류작업 문제가 1차 회의에서 노사 간 첨예한 갈등 사안이었다면, 거래구조 개선은 온라인 쇼핑몰 등 대형 화주의 일명 '백마진' 등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는 문제여서 화주들의 반발 등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택배기사의 배송 수수료 저하를 야기하는 요인으로 ‘백마진’ 등 불공정 거래 관행을 꼽아왔다. 백마진은 택배 대리점이나 택배기사가 온라인 쇼핑몰 등 화주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명목상 포장비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소비자가 지불하는 택배비 2500원 중 실제 택배사에 돌아가는 금액은 1700~1800원이고, 나머지 700~800원은 화주가 챙긴다. 이는 택배사 간 배송 계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화주사에게 택배비의 일부를 돌려주는 관행이 고착화된 것이다. 백마진 문제는 결국 택배기사가 받는 수수료 저하로 이어진다.

하지만 거래구조 개선이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택배비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택배비 인상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 만큼 실제 인상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의견이다.

이번 사회적 합의 기구 회의에서는 거래구조 개선 외 주5일제 등 근무 여건에 대한 추가 논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현재 토요일 휴무제 등 일괄 주5일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쿠팡 등 다른 온라인 유통업체와의 경쟁 관계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합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이번 2차 사회적 합의기구와 별개로 택배노사 간 갈등은 이미 불거진 상태다. 지난 16일 전국택배노조는 한진택배와 CJ대한통운 일부 대리점에서 소속 조합원들을 부당해고 했다며 집단해고 철회를 요구했다.

부당해고는 김천대리점이 이달 북김천, 남김천대리점으로 분할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노조는 이 가운데 북김천대리점에 소속된 4명의 택배노동자가 집단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대리점 분할은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한 부당노동행위의 일환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게 노조 측 설명이다.

택배노조는 "김천대리점의 폐점과 북김천·남김천대리점으로의 분할은 철저히 기획된 위장폐점이 명백하다"며 "당장 부당해고를 철회하고 택배현장의 교란행위, 막장행위, 갑질행위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부당해고를 철회시킬 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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