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최 회장 청문회 전 불출석 사유서 제출에 의원들 맹비난
현대重 한영석 '노동자 불안전 탓' 발언 지적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기업대표들이 증인으로 참석하고 있다. 우무현 GS건설 대표이사(앞줄 왼쪽),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앞줄왼쪽 두번째), 이원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앞줄왼쪽 네번째),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앞줄왼쪽 여섯번째), 조셉 네이든 쿠팡풀민먼트서비스 대표이사(뒷줄왼쪽),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대표(뒷줄왼쪽 세번째부터),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사진-연합뉴스)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기업대표들이 증인으로 참석하고 있다. 우무현 GS건설 대표이사(앞줄 왼쪽),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앞줄왼쪽 두번째), 이원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앞줄왼쪽 네번째),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앞줄왼쪽 여섯번째), 조셉 네이든 쿠팡풀민먼트서비스 대표이사(뒷줄왼쪽),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대표(뒷줄왼쪽 세번째부터),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여야가 22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출석한 주요 대기업 CEO(대표)들을 향해 강도 높게 질타했다. 특히 의원들이 '보험사기꾼’, ‘인성 문제’ 와 같은 날 선 단어들로 질책을 쏟아내면서 증인들은 연신 고개를 숙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건설(GS건설·포스코건설·현대건설), 택배(쿠팡풀필먼트서비스·롯데글로벌로지스·CJ대한통운), 제조(LG디스플레이·현대중공업·포스코) 분야의 9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등을 증인으로 불러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를 진행했다.

'허리 아프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에 "보험사기꾼이 내는 것"

‘요추부 염좌’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던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이날 의원들의 집중 타깃이 됐다. 최 회장은 지난 17일 '평소 허리 지병이 있어 왔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환노위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자 예정대로 출석했다.

최 회장에게 첫 질의를 던진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요추부염좌상 진단서는 보험사기꾼이 내는 거고 포스코 대표이사가 낼 만한 진단서는 아니라고 본다"며 "허리 아픈 것도 불편한데 롤러 압착돼서 죽으면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럽겠냐"고 지적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도 최 회장에게 "허리 염좌 및 긴장이라는 진단서 첨부해서 청문회에 불참 통보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며 "사망한 산재 근로자들 (생각만 해도) 목이 메이고 말이 안 나오고 심장이 떨린다. 여기에 대해 무한책임 갖고 국민의 땀과 눈물과 피로 만들어진 포스코 회장으로 오셔서 당연히 유가족과 산재로 사망한 억울한 노동자에게 정중해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최근 연이은 사고에 대해 국민들께 심려 끼쳐 대단히 죄송하고 이 자리에서 유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회사에선 안전 최우선으로 여러 시설에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의원들 말씀 듣고 안전최우선경영 반영해 무재해사업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임 의원은 “(회장님) 생각이 짧은 게 아니라 인성이 그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팡 대표 "고 장덕준 씨 일한 7층 업무강도 낮아" 발언에 질타

쿠팡풀필먼트 조셉 네이든 대표 역시 경북 칠곡물류센터 근무 후 숨진 故 장덕준 씨가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해 "정말로 깊은 사죄와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장 씨가 산재 판결을 받기까지 4개월 동안 쿠팡 사측이 제대로 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은 고인의 산재 인정 과정에서 요청된 7개의 서류 중 4개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산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냈다"며 "4개월만에 산재가 인정되자 그제서야 사과를 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네이든 대표는 "사고 원인 규명에 어려움이 있었고, 질환과 관련된 산재의 경우 의료 전문가의 결정을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네이든 대표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장 씨의 죽음은 과중한 업무로 발생한 산재"라고 지적하자 "물동량으로 볼 때 고인이 근무한 7층의 업무 강도는 낮은 편이었다"며 "장 씨의 업무도 직원들을 지원하는 일로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했다"고 반박했다. 장 씨의 유족에게 사과하면서도 업무 강도가 살인적이라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에 강 의원은 다른 층의 노동 강도는 얼마나 세다는 말이냐며 날을 세웠고 네이든 대표는 "조사 결과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또 쿠팡이 타 업체에 비해 산재 불인정 비율이 높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실제 이날 임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은 근로자 산업 재해 신청에 28.5% 비율로 산재 불인정 의견을 냈다. 전체 사업장의 불인정 의견 제출 비율은 8.5% 수준이다. 또 쿠팡이 산재 불인정 의견을 낸 신청 건 중 실제 산재가 불승인된 비율은 22% 수준으로 낮았다.

이에 임 의원은 쿠팡이 산재 인정 건수를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불인정 의견을 내온 것 아니냐는 질의를 이어갔고 네이든 대표는 "쿠팡의 산재 불인정 의견과 공단의 산재 불승인과의 차이를 알지 못했다.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重 '노동자 불안전 탓' 발언…"중대재해처벌법 피할 수 없을 것"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를 향한 질책도 강도 높게 이어졌다. 한 대표가 사고와 관련해 노동자 탓을 하는 듯한 답변을 내놓으면서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는 최근 산업재해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산재 사고로 고인이 되신 영령에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고 유형을 분석해보니 안전하지 않은 작업자들의 행동에 의해 잘 일어났다”며 “(작업장의) 불완전한 상태는 우리가 투자를 해서 바꿀 수 있지만, 불안전한 행동은 상당히 (대응이)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 대표는 “우리 작업장은 직원 3만명이 작업을 하고 있는데다, 중량원을 취급하고 있는 작업장”이라며 “비정형화된 작업이 많아 항상 표준 작업을 유도하고 있지만, 아직 불안전한 행동을 하는 작업자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의원들은 빈번한 산재 때문에 열린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 대표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하다고 문책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재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불안전한 행동이라고 하면서 작업자들이 뭘 지키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 중대재해처벌법에서 피해가지 못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당초 이날 산업재해 현장에서 한 대표에게 질문할 생각은 없었지만 (한 대표의) 태도를 보고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면서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이 있을 때 산재가 나타난다고 했는데 불안전 행동만으로 산재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어 “불안전한 행동뿐만 아니라 관리, 감시, 감독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산재 사고가 나는 것인데, 모든 게 망가졌을 때 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현대중공업의 산재 신청 건수가 2016년 297건에서 지난해 653건으로 크게 늘었다는 국회 지적에 대해서 한 대표는 “실질적으로 산재 사고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난청 등을 산재로 집계하는 등 기준이 바뀐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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