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사진 한번 보겠다. 도쿄에서 신사참배 가지 않았느냐.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22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진행된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엉뚱한 '신사참배' 논란이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일본의 한 오래된 건물 안에서 머리를 숙이고 있는 사진을 근거로 제시하며 신사참배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는 최 회장을 비롯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9명이 참석했다. 장장 10시간에 걸친 첫 산업재해 청문회는 맹탕에 그쳤다. 계속되는 산업재해에 대한 원인과 대책 마련은 온데간데 없이 시종일관 윽박만 오갔다.

특히 포스코 최정우 회장을 상대로 한 질의는 애초 취지와는 다른 인신공격성 질문이 주를 이뤘다.

‘신사참배’ 논란에 최 회장은 억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세계철강협회 총회에 갔다가 여유 시간에 도쿄타워 인근에 있는 절에 간 것”이라며 “한국인 관광객도 많이 가는 곳”이라고 반박했다.

노 의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일 청구권 자금으로 만든 포스코 회장이 신사참배 가서 머리를 조아린 게 잘한 것이냐”고 다시 공격했고, 최 회장은 “(사진) 상단에 보면 절 사(寺)자가 있다. 분명히 절이다. 신사가 아니다”라고 재차 반박했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국회 청문회에 호출된 기업 대표들은 연신 고개를 숙이기 바빴다. 여야 의원들은 "산재 예방에 관심이 없는 탓에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9명의 CEO들을 질타했다

그러나 신사참배 등 산재와 무관한 의혹이 제기되고, 특정 CEO에게 질문이 집중된 탓에 원래 목적과는 동떨어진 청문회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의 공세는 최 회장에게 집중됐다. 최 회장이 ‘허리 지병’을 이유로 진단서와 함께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가 철회한 것을 두고 한목소리로 비판한 것이다. 최 회장이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고 사과했지만,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그게 회장님의 인성”이라고 비판했고 같은 당 김웅 의원은 “주로 보험사기꾼들이 내는 진단서”라고 공격했다.

외국인인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를 향한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임종성 의원은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를 향해 "한국 기업의 대표는 한국어도 하셔야 한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청문회는 본래 중요한 안건의 입법 및 행정상의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이해관계인 등을 출석시켜 청취하기 위함이다. 짧은 시간 안에 핵심을 관통하는 질문을 하는 한편 원하는 답변을 이끌어 내야 한다. 하지만 산재와는 무관한 CEO들을 질타하는데 그친 질문에 CEO들은 ‘사죄한다’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 등의 반복되는 사과에 진땀을 뺄 수 밖에 없었다.

청문회는 망신살 뻗치는 자리가 아니다. 이날 청문회는 결국 CEO 망신주기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사고의 정확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원들은 찾아볼 수 없었고 자료만 들이대며 호통치는 모습에 실망감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10시간 내내 면박주기로만 일관하는데 어느 기업 대표가 진심으로 반성하며 산재 예방에 힘쓸 수 있을까. 증인들은 충분한 발언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청문위원들의 전문성 미비와 일방적 호통이 난무한다면 청문회는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그간 사고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의 기대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논점 없이 질타만 할 게 아니라 반복되는 산재를 막을 방안을 찾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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