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면제, 선거 노린 졸속 입법 비판 확산
안정성, 환경성 논란도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부산항신항.(사진-연합뉴스)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부산항신항.(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하 가덕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순항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낭한 포퓰리즘 공항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데다 공항의 경제성·환경성 관련 논란이 크기 떄문이다.

5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필요한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하고 사전타당성 조사도 간소화할 수 있는 내용의 가덕도특별법이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에 대해 예타를 실시하고 있지만 특별법 통과로 이를 건너 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당정은 2024년 초에는 가덕도신공항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3일 최고위원회 브리핑에서 “사전 타당성 조사를 가급적 추석 이전에 완료하고 올해 내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추진하겠다”며 “문재인 정부 안에 기본계획을 수립해 2024년 초에는 착공하는 로드맵을 갖고 당 특위가 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건설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특별법이 입법 추진 과정부터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검토 됐다. 이후 가덕과 밀양이 경쟁하다 5년전 박근혜 정부에서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절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부산·경남에 반대가 계속됐고 결국 지난해 11월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확장안을 사실상 백지화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동남권신공항추진단을 구성하고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을 가속화했다. 

이를 두고 대형 국책사업을 선거에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입지 선정 과정 없이 가덕도를 공항 예정지로 못 박은 것부터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앞서 2016년 동남권신공항 후보지 선정 당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연구용역에서 가덕도는 김해신공항과 밀양 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투자 비용 대비 효용을 따질 경우 예타의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특별법이 필요한 경우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는 특례 규정을 담고 있으나 강제조항이 아니기 떄문이다. 

국토부가 지난달 초 특별법 심사과정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전달한 보고서를 보면 가덕도 신공항이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사업비 28조 6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또 국토부는 2056년 부산의 국제선 여객 수요가 4604만명이 될 것이라는 부산시의 항공 수요 전망도 비현실적이라고 내다봤다.

안정성도 무시할 수 없다. 국토부는 이미 해당 보고서에서 진해비행장 공역 중첩 등의 이유로 위험성이 증가하고 가덕도신공항을 기존 김해공항과 동시 운영할 경우, 운항 중인 항공기의 김해 돗대산 추락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시공 측면에서도 깊은 바다를 매립해 건설하는 공항이기 때문에 부등침하(땅이 고르지 않게 가라앉는 현상) 등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의 반대도 가덕도 신공항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해양 매립으로 생물다양성, 보호 대상 해양생물 서식지 등으로 보전 가치가 높은 해양생태도 1등급 지역이 훼손돼 환경단체의 반발이 예상되기 떄문이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가덕도 특별법 통과에 우려를 나타낸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예타에 대한 특례 조항을 담았다는 점에서 국책사업에 대한 경제성 평가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나쁜 선례가 됐다"며 "가덕도 특별법은 역사상 최악의 국책 사업 추진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국토부가 추정한 가덕도 신공항 총비용은 28조6000억원에 이르나 그간의 국책사업으로 미뤄볼 때 그 이상이 들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엄청난 사업을 비전문가 집단인 국회에서 강행하는 것은 후대에 죄를 짓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항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가덕도신공항은 활주로 건설을 위한 대규모 매립으로 주변 생태계를 크게 훼손할 수밖에 없다"며 "예타 면제와 같은 절차적 정당성 훼손까지 무릅쓰며 급하게 특별법을 처리하려는 것은 4월 재‧보궐 선거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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